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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 市금고 잡아라”… 은행권, 71조 자금운용 입찰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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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5. 05. 17:37

신한 '수성' vs 우리 '탈환' 전면전
금리 배점 확대에 출혈경쟁 전망
수도권 기관영업 판도 재편 기로
71조원이 넘는 자금을 관리·운용하는 서울·인천시 금고 약정이 올해 말로 일제히 만료되면서 시중은행 간 쟁탈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두 지역에서 모두 제1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이 수성에 총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KB국민·하나·우리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기관영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신한은행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다. 이번 시금고 선정 결과에 따라 향후 수도권 내 기관영업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들 은행은 단순 수익성을 넘어 상징성과 부수거래 확대 효과를 노리고 입찰 경쟁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서울시 예산을 관리할 차기 시금고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한다. 차기 시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1·2금고를 모두 가져갈 경우 내년 초부터 2030년 말까지 4년간 약 55조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 이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로, 올해 은행 기관영업의 성과를 판가름할 격전지로 꼽힌다. 현재 서울시금고는 일반·특별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와 기금을 담당하는 2금고 모두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이번 시금고 선정에서는 4대 은행이 모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수성을 외치는 신한은행과 탈환을 내건 우리은행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서울시금고는 1915년부터 100년 넘게 우리은행이 독점해 왔지만, 신한은행이 지난 2018년과 2022년에 1·2금고를 모두 빼앗아오면서 판도가 뒤바뀐 상태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행장 직속의 서울시·구금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입찰 전략을 점검해 왔다. 오랜 기간 서울시금고를 운영해 온 경험과 함께 현재 서울 자치구 금고를 가장 많이 맡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한은행도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11월 서울시금고 TF를 발족한 데 이어, 연말에는 기관영업 강화를 위해 '기관·제휴영업그룹'을 신설하며 조직 차원의 힘을 실었다. 서울시금고를 맡은 지난 8년간 금고 운영을 위해 출연금·전산망 구축 등으로 6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한 만큼, 어렵게 확보한 시금고 자리를 쉽게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TF에는 90여 명의 직원이 투입돼 제안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정책 연계사업 발굴 등 서울시 맞춤형 제안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참전도 변수로 떠오른다. 과거 서울시금고 입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KB국민은행과, 최근 경기도 2금고·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에 성공하며 기관영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하나은행 역시 이번 서울시금고 입찰에 참여했다. 신한·우리처럼 별도 TF를 구축한 것은 아니지만, 기관사업부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입찰을 상시 준비해 왔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서울시금고에 이어 하반기 입찰이 예정된 인천시금고와 수도권 자치구금고 경쟁도 예년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6조50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인천시금고는 현재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1·2금고를 맡고 있다. 올해 그룹 본사를 청라로 이전하며 지역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기존 금고지기 자리를 지키려는 신한·농협은행이 입찰 경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인천 8개 자치구 금고 약정도 올해 말 일제히 만료된다. 현재 구금고는 서울과 인천을 합쳐 우리은행 14곳, 신한은행 13곳, 국민은행 5곳, 하나은행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시금고 경쟁의 승패가 금리 책정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시금고 선정 평가에서 수시입출금 예금 적용금리 배점을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높였다. 금고 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의 70%가 수시입출금 자산에서 나오는 만큼,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은행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부터 지자체 금고 이자율이 전면 공시되는 데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금리 배점을 높이면서, 하반기 입찰 공고를 낼 다른 지자체들도 금리 평가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은행들이 금리 경쟁에 뛰어들 경우 역마진을 감수하고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시·구금고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대규모 수신 확보와 함께 이미지 제고와 부수거래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해 이자마진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컸다면, 최근에는 지자체의 정책 파트너라는 상징성과 함께 금융주선, 공공기관 거래 확대 등 연계 효과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실제 신한은행은 수도권 내 각종 금융주선을 바탕으로 인프라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대전시 1금고를 맡고 있는 하나은행 역시 대전시와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뿐 아니라 서울 소재 각종 단체나 대학과 거래 관계를 맺을 때도 금고지기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며 "최근에는 대출 규제 여파로 예금 확보 필요성보다 고객 기반 확대와 기관영업 네트워크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입찰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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