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반도체·AI·우주까지…경제안보 全방위 협력 명시
中 견제 'FOIP' 베트남에서 재선언…"중국 의존 안 돼"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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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뚜오이쩨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은 전날 2023년 격상한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합의하고 기술·기후 대응·정보통신 등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첫 동남아시아 순방이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에너지 분야에서 나왔다. 레 민 흥 총리는 회담 후 일본이 자국 100억 달러(약 14조7500억 원) 규모의 '파워 아시아(POWERR Asia)' 구상을 통해 베트남 북부 응이선 정유공장에 원유를 조달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워 아시아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15일 아시아제로배출공동체(AZEC) 플러스 화상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아시아 에너지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충격에 노출된 동남아 회원국에 원유 조달과 비축, 공급망 보강을 묶어 지원한다. 베트남 정유 공급의 30~40%를 담당하는 응이선 공장이 첫 수혜처가 된 셈이다.
이미 일본 종합석유사 이데미쓰코산은 정상회담 직전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는 항로로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베트남에 보내기로 결정한 상태다. 베트남 가동 기준 10일치 분량으로, 지난 3월 팜 민 찐 당시 베트남 총리가 다카이치 총리에게 직접 보낸 원유 조달 지원 요청 서한에 대한 응답이었다. 회담 자리에서는 그 거래가 정부 차원의 다자 프레임으로 격상돼 재확인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직후 가진 베트남국립대 연설에서 일본의 외교 비전을 한 단계 더 강하게 들이밀었다. "중요 물자를 단일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흔히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서 비롯된다"며 "공정한 경쟁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지역 공급망은 안전하고 열린 해상 항행에 의해 지탱된다"며 호르무즈와 남중국해를 동시에 의식한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연설의 큰 틀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10여 년 전 제시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의 재선언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자유, 개방, 다양성, 포용성, 법치에 기반한 국제 질서 구축"으로 표현하며 "도전적인 시대"에 맞게 갱신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이 메시지를 던진 의미는 적지 않다. 베트남은 모든 강대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를 표방해온 반면, 일본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과 관계가 급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핵심광물 협력도 회담의 또 다른 축이었다. 일본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자원 보유국인 베트남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베트남은 상당량의 희토류와 갈륨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련 기술이 부족해 중국 가공망에 의존해온 상태다. 다카이치 총리는 "안정적 공급과 공급망 강화를 위해 핵심광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경제 수치는 견조한 흐름이다. 일본은 지난해 처음으로 베트남과의 양국 교역액이 500억 달러(약 73조7500억 원)를 넘어선 베트남의 최대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이자 핵심 투자·교역 파트너다. 다만 올해 1분기 신규 일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2억3300만 달러(약 3438억 원)로 둔화 흐름을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가 베트남이 만드는 애플 에어팟과 닌텐도 스위치, 일본 만화의 인기를 거론하며 "베트남의 글로벌 제조업 위상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둔화한 투자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카이치 총리는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3일 호주로 향한다. 4일에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해 우호협력기본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