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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중국 정치·산업 四季] 5.0% 성장률 이면에 가려진 중국 실물 경제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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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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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동국대 겸임교수
중국의 202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당초 전망치였던 4.8%를 상회하며 5.0%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기 하방 압력 속에서도 이처럼 예상치를 웃도는 거시 지표를 만들어낸 핵심 동력은 첨단 제조업과 수출 부문이다. 지난주 칼럼에서 짚어본 AI 칩과 고성능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의 가동률 상승이 연초 수출 물량 확대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전체 성장률을 견인했다. 실제로 1~2월 중국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는 사실은, 국가 주도의 제조업 공급망이 여전히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5.0%라는 총량 지표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을 들여다보면,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다. 생산과 수출 지표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반면, 실물 경제의 체감 온도를 나타내는 내수 부문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소비의 척도인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7%에 그치며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산 시장을 대표하는 부동산 부문의 지표 하락이다. 1분기 부동산 개발 투자가 전년 대비 11% 감소하고 주택 판매량이 19.4% 줄어든 현상은 단순한 경기 순환적 침체로 보기 어렵다. 이는 중국 가계의 자산 구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가계가 실질적인 지출을 통제하는 구조적 소비 위축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내수 소비의 구조적 부진을 경제의 핵심 취약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재 보상 판매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을 도입하는 등 내수 진작을 위해 가용한 정책 역량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실물 경제에서 가시적인 회복세는 포착되지 않는 상태다. 결국 내수 시장이 생산된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고도화된 제조업이 쏟아내는 막대한 물량을 대외 수출을 통해 외부 시장으로 흘려보내야만 경제의 전체적인 순환 고리가 유지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마지막 돌파구인 대외 수출 전선마저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1~2월의 가파른 상승세와 달리 3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2.5%로 다소 둔화했다. 글로벌 수요 회복의 속도가 지연되는 상황에 더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며 제조업의 생산비용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아무리 고도화된 생산 능력을 갖췄더라도 이를 온전히 흡수할 대외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내부의 소비 부진과 맞물려 중국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산업계는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는 중국의 거시 지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대중국 수출 패러다임을 한층 거시적인 관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 내수 둔화와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장기화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범용 소비재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기대치를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 대신 중국이 사활을 걸고 구축 중인 첨단 제조업 밸류체인 내부로 진입하여, 현지에서 자체 조달이 어려운 핵심 중간재와 고정밀 소재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국가적 산업 역량을 집중하는 정교한 타기팅 전략이 요구된다. 물론 향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실효를 거두어 내수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는다면, 우리 소비재 산업 역시 새로운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중국의 1분기 5.0% 성장은 고도화된 제조 경쟁력과 취약한 내수 기반이 혼재되어 나타난 과도기적 성적표다. 현재 진행 중인 베이징 모터쇼에서 확인되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적 동향과 다가오는 5월 노동절 연휴의 내수 소비 지표는, 이러한 중국 경제의 딜레마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단기적인 통계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제조와 소비가 철저히 분리되어 움직이는 중국 시장의 거시적 변화를 꿰뚫어 보고 중장기적인 대중국 산업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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