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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가 순전히 이런 언급만으로 비난받는 건 억울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부류도 있다. 아마 UFC 등 종합격투기 경기를 즐겨 보거나 좋아하는 이들일 것이다. 종합격투기는 당초 '이종격투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신종 스포츠다. '태권도가 최고다' '유도가 세다' 등 무술 간 우위를 가리는 논쟁에 대해 '긴말 필요 없고, 붙어 봐' 하는 말로 정리해 버린다. 어지간한 공격방식이 모두 허용된다. 쓰러진 상태에서도 주먹으로 때리는 게 가능하고, 태권도나 가라테처럼 발로 차고, 무에타이처럼 팔꿈치나 무릎으로 때리는 것도 허용된다. 유도나 주짓수에서 쓰는 메치기, 조르기, 꺾기도 다 OK다. 쉽게 말해 어떻게든 싸워서 상대를 녹아웃(KO) 시키거나 항복을 받아내면 된다. 심판 판정으로 가는 경우도 꽤 있다. 수시로 피가 낭자한 경기 모습에 '저게 무슨 스포츠냐' 하는 사람도 있지만 큰 부상(특히 뇌손상)을 당하는 사례가 복싱보다 적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가 UFC인데, 여기서 KO 승부는 대부분 상대가 쓰러졌을 때 결정적인 끝내기 타격에서 나온다. 즉 상대 선수가 충격을 받고 쓰러졌거나, 이미 그래플링 공방으로 힘이 많이 빠져있을 때 주먹으로 상대 얼굴을 두들겨 저항을 못 하게 만들면 심판이 말리며 경기가 끝난다. 이 때문에 UFC 경기에서는 상대가 쓰러지는 걸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이게 정석이고, 당연한 코스이다 보니 헤그세스 장관의 '쓰러졌을 때 때린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헤그세스는 스포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쟁의 주무장관이다.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내 나라와 가족이 공격받고, 심하면 멸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헤그세스의 입장에서 그 발언이 '욕을 먹을만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헤그세스는 국방장관 취임 두 달도 안 된 지난해 3월 17일 UFC의 상징적인 파이터 코너 맥그리거를 펜타곤으로 초청해 만나 그의 투지와 정신력을 높이 평가했을 정도로 UFC 팬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이란과의 1차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을 때 이 보고를 UFC 경기장에서 받았을 정도로 미국 정가 인사들의 UFC에 대한 사랑은 깊다.
경기 규칙에서 허용됨에도 불구하고 쓰러진 상대를 공격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 사모아계 뉴질랜드 출신인 마크 헌트다. 키는 178㎝로 상대적 단신이지만 120㎏이 넘는 체중으로, 줄곧 헤비급에서 활동했다. 운동선수라기엔 좀 푸짐한 몸매인데, 여기 어울리지 않는 스피드를 갖춘 하드 펀처로 유명했다. 킥복서 출신이어서인지 UFC 경기에 나가서도 상대 선수가 자신의 주먹에 맞아 쓰러지면 끝내기 타격을 하지 않고 쿨하게 돌아서곤 했다. 이런 경우 쓰러진 선수가 벌떡 일어나 반격을 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심판이 KO 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경기를 계속하는 게 상례이지만 마크 헌트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복싱 경기에서처럼 돌아섰고, 이런 모습에 팬들은 더 열광했다.
마크 헌트가 너무 강해서 굳이 끝내기 타격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그가 톱티어 선수인 건 맞지만 대적할 상대가 없을 만큼 강한 건 아니었다. 종합격투기 전적 29전 13승 14패, 1무의 기록이 말해준다. 왜 끝내기 타격을 안 하는지 기자들이 물어보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고 답하기도 했고, 'KO될 펀치는 손에 걸리는 느낌이 다르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쟁은 본디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룰은 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가입해 있는 제네바 협약이 그것이다. 민간인 공격 금지, 부상자·병사 치료, 포로에 대한 인간적 대우, 의료진과 구호단체 보호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 생화학무기 사용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 공격, 고문, 인질, 집단 처벌, 항복한 병사 살해 등도 금지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각국은 자기의 이해관계에 얽혀 싸우지만, 기본적인 규칙은 지켜주어야 한다. 사람들이 전쟁 담당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고, 규칙에서 허용된 공격도 안 하는 선수에 열광하는 건 인간 본성에 '규칙을 떠나, 신사적이면 더 좋지 않나'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전쟁에서 이를 바라는 건 사치일까.
주종국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