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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실패했는데 우수 등급…증권사 내부통제위 ‘셀프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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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6. 03. 15. 17:30

내부통제 사고 낸 3개 증권사
사외이사 서로 평가하는 구조
독립적 외부 검증 장치 전무
사외이사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
지난해 내부통제 논란에 휩싸인 국내 증권사들이 각 이사회의 내부통제위원회에 속한 사외이사 활동에 우수한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통제위가 임직원 일탈을 감시했는지에 대한 검증 없이, 회의 참석이나 안건 처리 같은 형식적 절차 이행 기준에 의존한 결과라는 평가다.

사외이사들이 서로의 활동을 평가하는 구조에서 독립적 외부 평가가 부재하다. 이에 사고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위원회가 후한 점수를 받는 관행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내부통제위가 이름 값을 하는 기구로 거듭나려면 외부 독립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각 증권사가 공시한 2025년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투자은행(IB) 임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공론화됐음에도, 이사회 평가에서 내부통제위원회는 A(우수) 등급을 기록했다.

위원회 평가에 참여한 사외이사 3인 가운데 한 명은 100점 만점을 부여했고, 또 다른 이사도 90점대 점수를 매겼다. 반면 한 이사만이 상대적으로 낮은 70점대 점수를 줬을 뿐, 전체 평균은 89.3점으로 집계되며 최종 등급은 우수로 확정됐다. 임원급 인사가 직접 내부통제 위반의 당사자가 된 혐의인데도 위원회 활동에 높은 점수를 매긴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11월 압구정PB센터 직원이 고객 자금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대형 횡령 사고가 불거졌으나, 이사회는 내부통제위원회 활동 전반이 '적정'했다고 결론지었다. 뿐만 아니라 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활동 종합평가에서 평균 98.6점이라는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여름 부장급 직원의 주가 조작 혐의를 적발한 대신증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증권은 보고서상 내부통제위원회에 대한 별도의 이사회 평가 점수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전원에게 종합평가 우수 등급을 일괄 부여했다.

이 같은 문제의 핵심은 평가 구조 자체에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내부통제위가 실질적 감시 기구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 평가 기준의 도입과 사고 발생 여부·투자자 피해 규모를 평가 지표에 직접 반영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NH투자·한국투자증권 측은 사외이사들의 전반적인 직무수행이 종합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대신증권 측은 주가 조작 관련 부분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투자증권은 ETF 유동성공급자(LP) 부서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진 지 두 달이 지난 2024년 12월에야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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