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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운송 차질에 ‘유가 150달러’ 경고… 세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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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10. 06:13

원유 공급망 흔들… 글로벌 IB "수요 파괴 땐 150달러 가능"
디젤·식품 가격 상승 압력 확대…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중앙은행 정책 경로 흔들
증시 변동성 확대 속 각국 대응 강화… 장기화 땐 성장 둔화 우려
IRAN-CRISIS/GULF-OMAN
벌크선 갤럭시 글로브호와 유조선 로자산호이 9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항에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
중동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한때 120달러에 근접했고, 시장에서는 130~150달러 이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휘발유·디젤·항공유 가격이 뛰고, 비료와 식품 가격까지 압박받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약화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금리 인상 전망으로 뒤집혔고, 주식·채권·통화 시장은 동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비축유 방출을 포함한 대응 의지를 밝혔지만, 즉각 방출에는 나서지 않았고, 한국과 아시아 각국, 유럽은 가격 통제, 비축유 검토, 수요 억제, 해상 호위 등 대응책을 서두르고 있다.

epaselect IRAN ISRAEL USA CONFLICT
이란 적신월사 소속의 베일을 쓴 한 여성이 8일(현지시간) 전날 저녁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공습한 이란 테헤란 샤흐런 석유저장소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EPA·연합
◇ 멈춰선 호르무즈… '유가 150달러 돌파' 초고유가 시나리오 부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와 물가, 기준금리 전망,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9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다가 100달러 안팎으로 밀렸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90.90달러로 한 주 만에 36퍼센트 급등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테인 래츠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이 짧으면 브렌트유가 80~90달러 수준에서 다시 안정될 수 있지만, 차질이 길어지면 '수요 파괴' 국면으로 넘어가 13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맥쿼리그룹의 비카스 드위베디 글로벌 석유가스 전략가는 봉쇄가 수주 이어지면 15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길어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14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IRAN-CRISIS/IRAQ-OIL
9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찍은 이라크 바스라 주바이어 미쉬리프의 주바이어 유전./로이터·연합
◇ 저장고 꽉 찬 중동 산유국… 하루 400만 배럴 증발 위기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퍼센트, 하루 약 2000만배럴이 지나는 핵심 통로인데, 현재 유조선 운항이 사실상 마비 상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레이턴 세이글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선박 소유주와 보험사들이 이란 군함과 항공기·미사일·드론·고속정·기뢰 위협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수출 재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이라크는 하루 생산량의 60%에 해당하는 250만배럴을 감산했고,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도 감산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등 핵심 시설도 타격 또는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감산 규모가 하루 400만배럴를 넘어설 것이라고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이 추산했다고 한델스블란트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과 UAE 우회 파이프라인이 일부 물량을 돌릴 수 있지만 전체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도했다.

USA NEW YORK
미국 뉴욕의 한 주유소에 갤런(3.785ℓ)당 휘발유(상단)·디젤 가격이 표시돼 있다./EPA·연합
◇ 주유소부터 식탁까지…전방위 인플레이션 강타

유가 상승은 곧바로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고 있다.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48달러로 올라 지난달 28일 전쟁 시작 이후 약 17% 상승했고, 1주일 새 47~50센트 뛰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4.66달러로 급등했고 수주 내 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디젤은 물류와 농업·항공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비용 상승이 상품 가격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FT와 블룸버그는 요소·암모니아 등 비료 원료 공급 차질로 요소 가격이 약 25% 급등했다고 전하면서 이는 식품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인하'에서 '인상'으로… 길 잃은 중앙은행 통화정책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주요국 금리 전망도 흔들고 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FT를 종합하면 금리 스와프 시장은 ECB가 연내 두 차례, 총 40베이시스포인트(40bp) 안팎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ECB 루이스 데긴도스 부총재와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는 전쟁 전 우세했던 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지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됐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FT는 Fed를 둘러싼 올해 2~3차례 금리 인하 기대가 1~2차례 수준으로 줄었고, 첫 인하 시점도 뒤로 밀렸다고 전했다. 다만 ECB 내부와 시장 일각에서는 아직 정책 전환을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요동치는 글로벌 증시… 日 시장 덮친 '트리플 약세' 쇼크

국제유가 급등은 금융시장 변동성도 키웠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하락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4.2%를 넘겼다.

JP모건체이스의 앤드루 타일러 글로벌 시장 정보 책임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최고점 대비 약 10% 조정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2892엔 급락하며 5% 하락했고, 주식·채권·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현상도 나타났다.

호르무즈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해안과 케슘 섬 모습으로 2023년 12월 10일(현지시간) 찍은 항공 사진./로이터·연합
◇ 다급한 각국 비상 대응… "비축유 쏟아부어도 역부족"

G7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비축유 방출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즉각 방출 결정은 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한델스블라트는 미국 전략비축유가 약 4억1500만배럴에 불과해 세계 수요의 4일도 감당하지 못하고, 구조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한국은 가격 상한제 도입을 발표하고 사재기와 가격 조작 단속에 나섰고, 대만은 LNG 선박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필리핀은 주 4일 근무제, 방글라데시는 연료 배급제에 들어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 해군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해상 보험 지원과 해군 호위 검토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세계 경제 전망 악화…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이번 충격은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독일 이포(Ifo)연구소의 클레멘스 푸에스트 소장은 고유가가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세금처럼 작용해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델스블라트는 보도했다.

FT는 미국에서도 고용 둔화와 유가 급등이 겹치며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와 FT에 따르면 예측시장 폴리마켓은 다음 달 말까지 휴전이 이뤄지지 않을 확률을 48%로 보고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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