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혁명 이후 첫 부자 승계…강경 노선 유지 전망
트럼프 "하메네이 아들 수용 불가"…미·이스라엘 충돌 속 긴장 고조
|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인 전문가회의는 8일 국영 매체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임시 회의에서 대표들의 결정적인 투표를 통해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제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 '신정 일치' 이란의 첫 부자 세습… '막후 실세' 모즈타바의 부친 이어 최고지도자로 등판
하메네이가 숨진 지 8일 만의 일이다. 전문가회의는 긴박한 전쟁 상황과 적들의 직접적인 위협 속에서도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았으며, 신중하고 포괄적인 심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란 파르스(Fars) 통신·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회의는 이스라엘의 공습 위협 등 보안상의 이유로 이번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다.
전문가회의 위원인 호세인알리 에슈케바리는 이맘 호메이니와 순교자 하메네이의 길을 이어갈 인물이 다수 득표로 선출됐으며, 하메네이의 이름이 최고지도자로서 유지될 것이라며 모즈타바의 선출을 시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란 국영 TV는 모즈타바가 압도적인 찬성표로 선출됐음을 전하며 국민에게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이란 정치 분석가들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최고지도자 선출 발표가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결정은 오히려 체제의 지속성과 저항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새 지도자를 제거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후계자를 신속히 발표한 것은 정치적 저항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자 이란 내 군부 핵심 세력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새 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완전한 복종을 선언했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새 최고지도자의 군대이자 강력한 무력 기반(soldier and powerful arm)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모즈타바의 선출을 지지하며 새로운 지도력의 존재가 국가적 단결의 상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외부의 시아파 무장 대리 세력들도 잇따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텔레그램을 통해 모즈타바를 '축복받은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라고 칭송하며 그의 초상화를 게시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성명을 통해 그의 선출이 이란의 적들에게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의 반응은 엇갈렸다. NYT는 테헤란 일부 시민들이 축하하는 모습이 방송됐지만, 동시에 반대론자들이 창문과 옥상에서 '모즈타바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
1969년생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하메네이의 여섯 자녀 중 둘째 아들로, 그동안 혁명수비대와 정보기관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막후 실세로 평가받아 왔다. 그는 공식적인 공직을 맡은 적은 없지만,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 군부와 연계된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종교학교 수학을 거쳐 권력 핵심부에서 활동해 왔다.
NYT는 모즈타바가 오랫동안 부친과 가까운 권력 핵심 집단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정치적 역할이 공식적으로 설명된 적은 없지만, 실질적 권력 기반을 구축해 왔다고 전했다. FT도 그가 분쟁 이전까지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낮은 프로필(low profile)를 유지해 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즈타바가 대규모 부동산 제국을 구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이란 사업가 알리 안사리를 자금 통로로 활용해 영국 런던의 고급 빌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호텔, 오스트리아 스키 리조트 등 유럽 곳곳에 약 4억유로(69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는 2019년 그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
모즈타바의 선출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세습 군주제를 폐지하며 탄생한 이란 체제에서 사실상 최초의 부자 세습 형태의 권력 승계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승계가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란 체제가 개혁보다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며 저항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 국장은 FT에 "현재 체제는 타협할 의사가 없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항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모즈타바는 이제 군과 사법·외교·핵 정책 등 국가 전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된다. AP통신은 최고지도자가 군과 사법부·국영 방송·주요 국가 기관에 대한 임명권을 포함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란 국영 매체는 선출 발표 직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이란의 정유소와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이 타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 트럼프 "내 승인 없인 단명할 것"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선출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모즈타바를 '경량급'이라고 지칭하며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ABC 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차기 지도자가 미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를 제거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모즈타바 체제의 이란이 핵 정책과 대외 전쟁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중동 정세는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