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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눈앞 ‘왕사남’,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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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3. 04. 13:35

익숙한 역사 이야기의 영화화에 당초 기대치 높지 않아
신선한 인물 해석·기존 사극의 성공 공식 충실하게 따라
영화평론가 전찬일, "장항준 감독의 연출력이 성공 요인"
왕과 사는 남자
폐위된 '단종'과 유배지 촌장의 우정을 그린 사극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고지 등극의 가시권으로 접어들면서 성공 요인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제공=쇼박스
한국 영화계에서 1000만 관객 동원은 '하늘이 내린 선물'로 통한다. 그 만큼 어렵고 운이 따라야 하는 '꿈의 숫자'란 얘기다. 그렇다면 코 앞으로 다가온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1000만 고지 등극도 단순히 천운이 뒷받침된 결과일까.

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사남'은 상영 28일째인 지난 3일 하루동안 19만4493명을 불러모아 누적 관객수를 940만7833명으로 끌어올렸다. 4일 정오 기준 예매율은 56.7%(16만5796명)로 이르면 6일 늦은 오후 한국 영화로는 역대 23번째이면서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2년여 만에 '1000만 흥행작'의 타이틀을 거머쥘 전망이다.

이달 4일 개봉 전까지만 해도 '왕사남'의 이 같은 성공을 예견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 수없이 다뤄져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계유정난이 다시 극화됐다는 것에 이들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또 '엄흥도' 역의 주연 유해진을 도와 흥행을 이끌 만한 출연진도 포진하지 않은데다 연출자인 장항준 감독 역시 방송 출연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최근 수 년간 단 한번도 상업적 감각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왕사남'의 대히트는 쉽게 점쳐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1000만 관객 동원이 가능했던 까닭은 신선한 시각의 인물 접근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극중 폐위된 '단종'(박지훈)은 이전 작품들처럼 유약하게만 묘사되는 대신 강단있는 성품의 소유자이면서 민초들과 교감할 줄 아는 '미완의 성군'으로 그려졌다. 또 그동안 왜소한 체구의 모사꾼으로만 묘사됐던 책사 '한명회' 역은 신장 188㎝ 체중 100㎏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유지태가 맡아 차별화를 꾀했다.

장항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연출자인 장항준 감독이 2월 초 개봉에 앞서 지난 1월 하순 이뤄진 인터뷰에서 흥행 성공을 예감한 듯 환히 미소짓고 있다./제공=쇼박스
이를 두고 장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허구를 가미한 인물 설정이지만, 실제로 사료를 보면 '단종'은 무척 총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한명회' 역시 기골이 장대했고 무예가 출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계유정난을 다룬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출자가 성공한 사극의 만듦새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는 점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조선 시대 극과 극의 신분이었던 광대와 왕을 '투톱'으로 각각 내세운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패가망신한 관상가의 눈으로 왕실의 권력 다툼을 바라본 '관상'이 그랬던 것처럼 '왕사남' 또한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된 서로 다른 계급끼리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웃음 유발과 눈물샘 자극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영화계 일부에서 '왕사남'의 흥행 성공은 인정하면서도 장 감독의 연출력은 그 만큼 높이 평가하지 않는 시선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결코 아니다"라며 "대중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관객들의 감정 이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장 감독의 적절한 캐릭터 배치와 안정적인 서사 구축, 코미디·드라마의 균형감 넘치는 경계 조절이 없었더라면 감정 이입이 절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작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주요 출연진의 조화로운 연기도 한몫 거들었다. 특히 유지태는 '올드보이' 이후 두 번째 대표작이 생긴 느낌"이라며 "배우들의 이 같은 연기 화음 중심에는 유해진이 있다. '위대하다'란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의 명연기를 선보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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