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막을 올린 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6'에 나란히 참가해 북미 주거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양사는 지난 10여 년간 공들여 온 '초프리미엄' 브랜드 자산에 최신 'AI(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북미 상류층 시장 공략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양사는 모두 AI와 초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럭셔리'를 정의하는 방식에선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디지털 공간의 연결과 현대적 지능을 강조했다면, LG전자는 물리적 공간의 확장과 예술적 미식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이처럼 두 기업이 북미 시장, 그중에서도 '럭셔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뚜렷하다. 보급형 시장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고 성장세 또한 가파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미주방욕실협회(NKBA)는 올해 럭셔리 가전 시장이 최대 6.1%까지 성장하며 3%대에 머문 보급형 시장(3.6%)을 확실하게 따돌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2025년 1475억 달러(약 213조원)에서 2032년 6332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최신 기술과 하이엔드 디자인 수용도가 높은 북미 럭셔리 시장을 잡는 기업이 글로벌 가전 패권을 쥐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18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17일~19일(현지시간) 열리는 KBIS 2026은 NKBA가 주관하는 북미 최대 규모 전시회다. 약 800개 글로벌 브랜드가 참가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의 럭셔리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한 이후 브랜드 고유의 장인정신에 삼성의 혁신 기술을 이식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데이코는 주방 가구와 완벽한 일체감을 주는 심플한 디자인에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결합했다. 여기에 2019년 '취향 가전'으로 시작해 프리미엄 라인으로 진화한 '비스포크 AI'가 가세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비스포크 AI 벤트 콤보' 세탁건조기는 외부 배기 방식을 적용해 단 68분 만에 세탁·건조를 끝내는 압도적 속도를 자랑한다. 식재료를 인식해 레시피를 추천하는 'AI 비전 인사이드' 냉장고와 함께, 바쁜 현지 고객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실용적 럭셔리'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이상직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 특화된 기능과 성능을 갖춘 '비스포크 AI 가전'과 '데이코 라인업'을 통해 북미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2016년 초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와 빌트인 전문 'SKS(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동시에 론칭하며 지난 10년간 '가전은 곧 작품'이라는 철학을 고수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LG전자는 SKS의 영역을 주방에서 세탁실로 과감히 확장했다.
브랜드 최초로 공개된 'SKS 런드리 솔루션'은 단순한 가전을 넘어 우아한 인테리어 오브제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탈리아 명품 가구 '폴리폼' 및 건축가 피에로 리소니와의 협업을 통해 가전을 예술 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미식가를 위한 수비드 기능 등을 내세우는 등 차별화에 힘을 줬다.
또한 B2B 플랫폼 'LG 씽큐 프로(ThinQ Pro)'를 공개하며 현지 건축업자(빌더)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북미에서는 대형 가전을 집의 일부로 간주해 주택 매매 시 기본 옵션(패키지)으로 제공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빌더 시장 수주가 곧 시장 지배력으로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설치부터 원격 A/S까지 해결하는 이 플랫폼을 통해 가전 단품 판매를 넘어 건물 전체의 관리 솔루션까지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AI로 진화한 SKS와 LG 시그니처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북미 고객에게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