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北 소형드론 위력이 던진 경고…
“대드론인프라는 무기 아닌 체계·제도·산업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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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 주최로 열린 제26-1차 대드론체계 발전협의회 포럼에서, 드론 위협에 대한 대응을 '무기 개발'이 아닌 국가 인프라 구축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쟁기념관 이병형홀에서 28일 열린 포럼에는 민·관·군·산·학·연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해, 북한 소형드론 침투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훈이 보여준 새로운 안보 환경을 집중 분석했다.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FINST&P)와 사단법인 창끝전투 연구진은 대량·저가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복수의 대드론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워랩(WarLab)은 국가중요시설 방호를 위한 통합방위법 개정과 대드론 체계를 안보 자산에서 산업·경제 자산으로 확장하는 가칭 '대드론 신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대드론체계 발전 협의회 포럼에서 정부·군·산업계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대드론은 무기가 아니라 국가 인프라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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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보 환경에서 드론 위협은 가설이 아니다. 이미 경험한 현실이다. 북한 소형 정찰드론의 서울 상공 침투 사건은 기존 방공 개념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고, 가격은 저렴하며, 운용은 단순한 드론은 전통적인 방공망의 '사각지대'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흐름을 극단적으로 증폭시켰다. 전차와 포병, 방공자산의 가성비를 무너뜨린 것은 수백만 원짜리 FPV 자폭드론이었다. 전장의 감시·타격·교란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움직이면 보이고, 보이면 맞는다"는 새로운 전장의 문법이 고착화됐다. 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드론 체계를 갖추지 못한 군대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요격 무기만으론 안 된다"… 체계·연동·법·제도의 문제
이번 포럼에서 정부 측 인사들은 대드론 문제를 단순한 요격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 체계와 제도의 문제로 규정했다. 탐지-식별-추적-무력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하나의 체계로 연동되지 않으면 어떤 요격 수단도 무력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 역시 "드론은 속도가 느리지만 숫자가 많고, 동시에 침투한다"며 "단일 무기 성능이 아니라 지휘통제(C2), 센서 융합, 교전 규칙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군 공역이 혼재된 환경에서 전자전·물리적 요격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는 기술 이전에 정책 판단의 영역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는 대드론 체계가 '무기 개발 사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방공·치안·재난 대응 인프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군사시설뿐 아니라 원전·공항·항만·정부청사·대규모 행사장까지 보호 대상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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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던진 메시지도 분명했다. 대드론 체계의 핵심은 요격체가 아니라 AI와 센서, 그리고 네트워크다. 레이더·EO/IR·RF 탐지를 결합한 다중 센서 융합, 드론과 새·민간 비행체를 구분하는 AI 식별 기술, 그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없으면 '보여도 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드론은 전통 방산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 AI, 통신, 소프트웨어 기업이 함께 참여해야 완성된다"며 "이제는 개별 제품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드론을 K-방산 수출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졌다.
'국가 인프라화'로 가는 길… 컨트롤타워가 관건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키워드는 '통합'과 '컨트롤타워'였다. 현재 대드론 대응은 군, 경찰, 국정원, 지자체 등으로 분산돼 있다. 위협은 빠르고 복합적인데, 대응은 부처 칸막이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드론 체계를 국가 방공·치안 인프라의 일부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통합 운영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시에는 중요시설 보호와 테러 대응, 유사시에는 군사적 방공 체계로 전환되는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드론 시대의 방패"…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드론 위협의 일상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이번 포럼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드론 체계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생존과 직결된 인프라다.
전장의 창이 바뀌었으면 방패도 바뀌어야 한다. 값싼 드론이 국가 안보를 흔드는 시대, 대드론 체계를 얼마나 빠르고 체계적으로 국가 인프라로 끌어올리느냐가 한국 안보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