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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판단 전에도 개입…아동학대 ‘조기지원’으로 국가 책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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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1. 26. 17:46

신고 4만7096건 중 절반만 해당…예방 중심 전환
생필품·돌봄비·의료비 즉각 지원, 일반가정 양육 코칭
데이터 기반 조기 발견…인력·예산 뒷받침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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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피해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피고인 A씨는 친아들인 피해아동 B(14세)가 이틀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자 자녀이자 B의 형인 C에게 피해아동의 옷을 벗기고 엎드리게 한 후 줄넘기로 피해아동의 가슴, 양팔, 허벅지 등을 여러 차례 때리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C는 줄넘기로 옷을 벗고 엎드린 B의 가슴, 양팔, 허벅지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이는 지난 2020년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실제 사례다. 그동안 아동학대는 꾸준히 증가해 2024년 한 해 동안만 4만7096건이 신고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동학대를 '사후대응'에서 '예방'으로 구조 전환하고 직접 개인하는 등 아동 인권과 지원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적 개입에 따른 현장 인력과 예산은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위험 신호가 포착됐을 때 긴급 지원을 제공하는 '아동학대 예방·조기지원 시범사업'을 오는 27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지자체의 사례 판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재학대로 이어지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아동수당 확대, 해외입양 단계적 중단 등을 담은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과 맞물려 있다. 아동 보호의 책임을 국가가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 202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4만7096건에 달했지만, 이 중 실제 사법 판단 건수는 2만4492건에 그쳤다. 신고조차 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별로는 신체학대 4625건, 정서학대 1만1466건, 성학대 619건, 방임 1800건, 중복학대 5982건 순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학대 가능성과 긴급성이 확인될 경우 지자체는 생필품과 돌봄비, 의료비 등을 즉각 지원하게 된다. 학대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된 일반 가정에도 양육 코칭과 가정 방문, 가족 기능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계획이다. 또 아동학대 신고 가정과 위기아동 발굴 체계를 통해 확인된 아동도 지원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사회보장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위기 징후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기 발견 시스템을 연계해,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데이터로 포착되지 않는 가정 내 학대까지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과제다. 특히 가정 내 학대의 경우 한 차례 개입으로 학대가 중단됐어도 재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중 2024년에 다시 신고접수돼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재학대 사례는 총 3896건에 달했다. 이중 재학대 아동 명수는 2962명으로, 부모에 의한 재학대 사례는 3820건(98.0%)로 월등히 높았다.

일각에선 학대·폭력 문제와 공적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앞으로 피해자 가해자 처벌 등의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한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사례 판단 전 개입이 늘어나게 되면, 지자체 인력과 예산 부담 등을 어떻게 감당할지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아동학대사례 건수는 2020년 3만905건에서 2024년 2만4492건으로 줄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는 같은 기간 71개소에서 98개소로 늘었다. 사례가 줄고 보호기관일 늘면서 수치상으로 개선돼 보이지만, 실제 기관 1곳당 250여 건의 사례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사례 판단 이전 개입까지 포함하게 되면 현장 부담은 더욱 큰 상황이다.

모두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어려움에 처한 아동과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제 때 제공해 학대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지원사업을 비롯한 예방 중심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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