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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대기업 계열사 중복상장 논란에 자금조달 막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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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 박이삭 기자

승인 : 2026. 01. 26. 18:57

LS 증손자 상장, 정치권·주주 압박에 철회
대기업 계열사, 조달 전략 재검토 불가피
HD현대로보·한화에너지 등 상장 추진 중
대형 주관사 조력받아도 성공 장담 못 해

LS그룹이 증손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대기업 계열사들의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기업은 없지만, 계열사 중복상장을 앞둔 대기업들은 당장 자금조달 계획을 재조정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언급하면서 금융당국도 중복상장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중복상장에 대해 정성적인 평가 방식으로 심사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수치를 구체화해 투자자 보호, 영업 및 경영 독립성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투자자 보호는 분할 후 신설회사의 상장이 아닌 기존 모회사의 주주들이 대상이다. HD현대, 한화 등 계열사 중복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들의 자금조달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S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22조 8408억원, 영업이익은 7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7%, 2.9% 증가했다. 다만, LS가 별도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6억 6500만원에 그친다. 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 권선(압축 코일) 시장 1위 기업으로, LS그룹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하려던 5000억원은 미국 내 특수 권선 설비 증설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에식스솔루션즈의 2024년 매출액은 3조4445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549억원에 불과하다.

LS는 향후 상장 전 투자에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협의해 상장을 대체할 새로운 자금 조달 및 투자 방안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외부 차입은 재무 건전성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미 LS전선이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에 약 1조원을 투입하는 등 그룹 전체적으로 조 단위 투자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무 구조를 흔들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을 통한 전략적 투자자 유치는 기술 노하우 유출과 경영권 간섭 우려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LS그룹은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가 강해 특정 계열사가 거액을 무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다.

에식스솔루션즈를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에 상장을 추진 중인 또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도 위기에 봉착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피지컬 AI 시대를 위한 선제적 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한국투자증권·KB증권·UBS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키움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작년 10월 HD현대로보틱스가 KDB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프리 IPO(Pre-IPO) 투자를 유치할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이다. 올해 초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서 시장에서는 7조원에서 10조원까지의 가치 책정을 예측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PO 시 발행 주식의 20~25%를 공모하는 관례를 고려할 때, 기업가치 7조원 기준 시 약 1조4000억~1조7000억원, 10조원 기준 시 최대 2조원 이상의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복상장 우려에 IPO를 취소할 경우, 약 2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는 어려워지게 된다.

한화에너지는 2007년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의 집단에너지 사업 부문이 분할되어 설립된 이래 2031년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을 대표주관사로, KB증권·신한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며 채비에 나섰으나, 이 역시 중복상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7월까지 증시 입성을 완료하겠다는 주주 간 계약을 맺고 NH투자증권·씨티그룹증권·BoA메릴린치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2022~2023년 해외 자회사 매출을 과대계상했다는 혐의로 금융위원회로부터 5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서, 거래소 규정상 상장 심사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DN솔루션즈는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UBS증권을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를 공동주관사로 영입하며 작년 3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오는 5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시작했으나 수요예측 부진이라는 벽에 부딪혀 상장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잇따라 난항을 겪는 이유가 단순히 시장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중복상장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과 강화된 상장 규정이 맞물리며 대기업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철저한 자기 증명 없이는 대형 주관사들의 조력을 받더라도 상장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계열사 쪼개기 행태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중복 상장 이슈가 있는 기업에 대해 극도로 유의하는 한편, 금융당국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자회사의 분할 상장을 더욱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자회사의 분할 상장 규제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 모회사의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충분히 만들어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미 FI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중복상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가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마다 사안이 달라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서영 기자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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