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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114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K-스킨케어와 선케어는 이제 유행을 넘어 글로벌 표준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성과가 곧바로 미래의 안정성을 담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중국 화장품 수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절대 규모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그 간극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제조 우위의 시대는 저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K-뷰티는 성분을 강화하고 제형을 고도화하며,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쟁해 왔다. '한국만이 잘 만들 수 있다'는 암묵적 우위가 그 전제였다. 하지만 글로벌 화장품 산업 전반에서 제조 기술과 노하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전제는 더 이상 확실한 경쟁 우위로 기능하지 않는다.
기술과 인력, 생산 인프라는 이미 국경을 넘는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중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연구 인력을 흡수하는 한편, K-뷰티 성장의 토대였던 ODM(제조자개발생산)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품질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가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제조 생태계가 역설적으로 후발 주자의 글로벌 진입로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비교적 연구·임상 부담이 적은 색조 화장품 부문에서는 플라워노즈, 주지돌 등 중국 브랜드들의 추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중국의 성장 자체가 아니라, 이 속도를 구조적으로 제어하거나 차별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한국 산업 내부에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다.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해답의 일부는 제조 라인 바깥에 있다. 의료·피부과 시스템과의 임상적 결합과 규제 환경이 만든 신뢰, 관광·콘텐츠·유통이 연결된 산업 생태계는 자본과 기술만으로 쉽게 모방되기 어렵다.
관련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최근 4년간 약 17배 늘었다. K-뷰티 인지도 확대와 비용 경쟁력, 병원들의 패키지 전략이 맞물린 영향이다. 이는 K-뷰티의 본질이 이제 제조를 넘어 미용·피부 의료 시스템과 결합한 '신뢰 기반의 서비스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우위가 개별 기업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방어선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가 위조 화장품 대응과 지식재산권 보호, 규제 지원 체계 고도화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산업 전반에 녹여낼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지금 K-뷰티가 마주한 과제는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성장이 여전히 '한국만의 구조'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성과 지표에 안주하는 순간, 격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