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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라도 더”… 지하·천장·조명까지 파고드는 건설사들, ‘공간 마케팅’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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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1. 21. 08:48

공간 ‘체감 가치’ 경쟁 심화…“설계 넘어 경험으로 승부”
롯데건설 ‘지하’·대우건설 ‘조명’…공간 디테일 일제히 ‘강화’
현대건설, 新 주거 플랫폼 출시…“고객 중심 기능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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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의 스카이라운지 미디어파사드 모습./대우건설
건설사들이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더 넓은 전용면적, 많은 평면 옵션 등 구조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했다면, 최근에는 동일한 면적 안에서도 감성과 기능을 결합해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경쟁 포인트로 삼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지하 공간, 천장 높이, 커뮤니티, 조명, 디지털 서비스는 물론 건설 현장 관리 방식까지 공간 활용의 범위를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은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현상이 꼽힌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지와 미래 가치가 검증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브랜드 파워와 공간 차별화에서 한발 앞선 건설사가 수천억~수조원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를 가져갈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에 건설사들의 공간 활용 전략이 필수적인 생존 요소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는 올해 3분기까지 집행한 연구개발(R&D) 비용 약 8600억원 가운데 30% 수준인 3010억원가량을 스마트홈 기술, 디지털 공간 제어 등 이른바 '공간 솔루션' 개발에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건설사의 3분기 누적 R&D 비용이 전년 동기(8002억4800만원) 대비 7.5% 증가한 점과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공간 혁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관련 투자액은 연간 4000억원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은 위축돼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향후 자산 가치 상승 기대와 함께 '현재의 주거 만족도'를 주택 매입 기준으로 삼는 흐름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희림종합건축사무소·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2026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된 500가구 이상 단지(총 10만8053가구) 중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등 고급 브랜드로 분류된 7721가구는 평균 천장 높이가 2.55m로, 일반 브랜드 평균(2.32m)을 크게 웃돌았다. 체감 품질 차별화가 이미 뚜렷한 건설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건설사들은 구조적 차별화를 넘어 지하, 천장,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아파트 지하공간을 새로운 생활 영역으로 재정의하기 위해 주차장과 기계실 위주로 사용되던 지하를 '살기 좋은 공간'으로 개념화한 '라이브그라운드(LIVEGROUND)'를 공개했다. 단지 내 이동 동선과 커뮤니티를 지하 공간으로 확장하고 통합 드롭오프존과 드라이브스루형 커뮤니티 공간을 배치해 차량 승하차, 휴식, 서비스 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어둡고 폐쇄적인 기존 지하 이미지에서 벗어나 체류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우건설은 공간의 '경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에 적용할 전용 커뮤니티 조명 디자인 기준을 새롭게 마련했다. 콘셉트는 'Noble Glow(깊이 있는 빛)'로 제시했다. 과도한 밝기 대신 절제된 빛을 활용해 공간의 품격과 심리적 안정감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카이라운지,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등 커뮤니티 시설별로 조명 기준을 세분화해 적용한다.

현대건설은 공간 활용의 범위를 입주 이후까지 확장하고 있다.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입주민을 위한 통합 주거 플랫폼 '마이 힐스·마이 디에이치'를 고도화한 2.0 버전을 통해 주거 공간 관리와 생활 서비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실시간 입주민 인증, 커뮤니티 예약, AS 접수는 물론 전담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해 불편을 해결하는 생활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며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입주민들의 니즈 공략에 나섰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국면일수록 같은 면적이라도 얼마나 다르게 쓰이느냐가 분양 성패를 가른다"며 "이제는 설계 차별화를 넘어 주거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역량이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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