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대산_월정사 전나무숲길 (1) | 0 |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 지엔씨이십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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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겨울을 만났다. 체감 온도 영하 20도의 추위가 왔다. 올겨울엔 눈이 때때로 내려 설경을 안고 있는 산들이 많다. 좀 춥지만 이때 아니면 볼 수 없는 경관을 찾아 길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은 설경이 예쁜 곳이다. 옛날 임금의 피부까지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사찰도 품고 있다. 눈덮인 하얀 세상과 고풍스러운 불교문화가 만나니 심신이 정화될 것만 같다. 겨울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오대산은 이름 그대로 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의 5대(臺)가 있다고 해서 오대산이라고 불린다. 봉이 아니라 대라고 하는 이유는 봉우리가 뾰족하지 않고 평평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정상은 해발 1563m의 비로봉인데, 이곳에서 보는 동대 너머 청학산 쪽 소금강 지구의 바위산은 금강산에 견줄 만한 절경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비로봉에서 평창 쪽으로 내려가는 오대산지구와 계방산지구는 산수가 아름답고 문화유적이 많다.
 | 오대산_월정사 | 0 | | 월정사. / 지엔씨이십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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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은 불교와 인연이 깊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수행하던 중 신라에도 문수보살이 있는 곳이 있으니 찾아가라는 계시를 받았다. 이에 자장율사가 찾아간 곳이 바로 우리의 오대산이다. 이후 오대산에는 부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지어져 불교의 성지로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사실 오대인 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도 불교에서 온 것인데 삼국유사는 오대산 나름의 의미를 담았다. 신라의 보천과 효명 두 왕자가 아마도 속세를 떠나고 싶어 오대산에 들어왔는데, 이들이 수행을 하며 오대에서 보살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다. 동대에는 1만 관음보살이 나타나고, 남대에 1만 지장보살, 서대에 1만 대세지보살, 북대에 석가여래와 500 대라한, 중대에 1만 문수보살이 나타났다. 두 왕자가 예를 올리자 이후 날마다 문수보살이 36종의 형상으로 나타났고, 두 왕자는 매일같이 공양했다고 한다. 이중 효명이 신라의 성덕왕이며, 상원사의 원형인 진여원이 성덕왕 때 건립됐다고 전해진다.
 | 오대산_상원사_드론 | 0 | | 상원사. / 지엔씨이십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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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야기의 흥을 잠시 깨자면 11세에 즉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덕왕의 나이와 많은 고대 인물들이 그렇듯 명확하게 남지 않은 인명들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일연이 고민 끝에 삼국유사에 기록한 다수의 설화가 이곳이 불교의 성지였음을 전해주고 있다는 데는 특별한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오대산은 월정사, 상원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을 품었다.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는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천년의 숲길로 불리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특히 눈이 내린 겨울에 장관을 연출한다. 일주문을 지나 월정사를 향해 걷다 보면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이곳의 최고령 전나무는 나이가 370살이 넘는다고 한다. 겨울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 월정사에 들러 불교문화의 향기를 잠시 맡는 감상이 특별하다. 월정사에는 고려 시대 귀족적인 불교문화를 지닌 팔각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을 비롯해 많은 불교 유물이 보존돼 있다.
 | 오대산_선재길 (1) | 0 | | 오대산 선재길. / 지엔씨이십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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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에서 오대산의 또다른 사찰인 상원사까지 발길을 이어볼 수도 있다. 두 절을 잇는 선재길은 대부분이 평지로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오대천을 몇 차례 가로질러 걷다보면 상원사에 다다른다. 겨울 경치를 만끽하기 좋은 길이지만 눈이 쌓이고 길이 얼었을 때는 겨울산행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 오대산_상원사 | 0 | | 상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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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는 조선시대 세조와 유독 인연이 많다. 영화에서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묻던 그 인물이다. 영화 속 강렬한 이미지와는 달리 세조는 피부병으로 고생을 했는데, 상원사에서 목욕을 하고 피부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상원사 계곡에서 목욕을 하던 세조가 어디선가 나타난 동자승에게 목욕을 도와달라고 했고, 동자승이 세조의 몸을 씻어주고 사라진 뒤 피부병이 나았다는 내용이다. 세조가 이 동자승의 모습을 그리게 했는데 그림은 전해지지 않고, 목각문수동자상이 발견돼 전해지고 있다. 또 세조가 상원사에서 고양이들 덕분에 자객을 피했다는 고양이상에 관한 일화도 있는데, 이들 이야기는 사실 명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원사 중창 권선문이 세조 10년(1464년)에 쓰여져, 세조가 상원사에 쌀과 비단 등을 내려 절의 중창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세조가 이 절을 도운 이유는 상원사의 혜각존자 신미 등이 왕의 수복강녕을 빌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뻐서라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 없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 발왕산 스카이워크·대관령삼양목장
 | 대관령 삼양목장 | 0 | | 대관령 삼양목장. / 지엔씨이십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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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간다면 오대산 외에도 둘러보기 좋은 곳들이 있다. 끝없는 눈밭이 펼쳐지는 대관령삼양목장을 빼놓을 수 없다. 삼양목장은 해발 850~147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동양 최대의 목장이다. 600만평의 푸른 초원에서 자유롭게 방목되는 동물들과 언덕위에 우뚝 솟은 풍력 발전기가 자연바람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드넓은 목초지에서 펼쳐지는 양몰이공연은 삼양목장에서만의 특색 공연이다.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 양, 타조 먹이주기 체험 등 즐길거리도 있다.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전망대(1140m)까지 구간에는 양 방목지, 소 방목지, 타조 사육지, 연애소설나무 쉼터, 산책이 가능한 목책로 등이 조성돼 있다. 50기가 넘는 풍력발전기도 늘어서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해발 1458m로 국내에서 12번째로 높은 발왕산도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돼 정상까지 힘들이지 않고 등반이 가능하다. 케이블카는 용평리조트에 위치해 있지만 리조트 이용객이 아니어도 이용이 가능하다. 총길이 3710m에 이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동안 장엄한 경치를 감상한다. 발왕산 정상에 오르면 '기(氣) 스카이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약간의 스릴과 함께 평창의 자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발왕산은 '왕의 기운을 가진 산'이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기운이 영험해 명산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스카이워크에서 발왕산이 주는 기운을 받아본다.
 | 발왕산_스카이워크 | 0 | | 발왕산 스카이워크. / 지엔씨이십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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