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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韓조선업계, 미 함정 MRO 어디서 수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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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01. 08. 13:53

건조 물량에 도크 포화
HD현대重 '안벽' 활용
한화오션 지방부두서 정비
지역조선소·협력사 역할↑
사진 1. 지난 6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중형선사업부 인근 부두에서 미 해군 소속 ‘USNS 앨런 셰퍼드’함이 정기 정비를 마치고 출항하는 모습 (1)
울산 HD현대중공업 중형선사업부 인근 부두에서 미 해군 소속 'USNS 앨런 셰퍼드'함이 정기 정비를 마치고 출항하는 모습. /HD현대
미 해군 함정이 한국 조선소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계기로 수주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함정들이 들어오는 곳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대형 조선소 '도크(선박 건조 공간)'가 아닙니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와 올해 수주한 미 해군 함정 MRO 총 2건 가운데 한 척은 이미 울산조선소 안벽에서 정비를 마쳤고, 나머지 한 척도 이달 말부터 안벽에서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선박을 도크에 올려 작업하는 것이 아닌, 부두에 접안한 상태에서 정비를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현재까지 작업 범위가 도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향후 물량이 늘거나 거대 전투함 MRO까지 수주하면 도크를 활용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조선사들의 도크는 이미 수주한 건조 물량으로 포화 상태라는 점입니다.

국내 대형 조선소의 도크는 고부가가치 상선 건조 일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HD현대중공업이 방산 전용 도크를 확대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MRO를 위해 도크를 완전히 비워두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업계에서는 MRO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경우, 대형 조선소 단독 수행보다는 지역 조선소나 협력업체와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협력업체들과 MRO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MRO를 단일 조선소의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한화오션은 거제조선소 밖에서 MRO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는 거제조선소가 아닌 마산 가포신항에서 정비가 진행됐습니다. 대형 조선소가 아니어도 MRO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입니다. HJ중공업이 MRO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거대 도크가 아닌 일부 공간만으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HD현대중공업도 장기적으로는 울산 외 지역에서 MRO를 진행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활용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서해에 위치해 있다는 점 등 동선의 비효율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조선사들이 '공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MRO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업이 지닌 전략적 가치 때문입니다. MRO는 향후 함정 건조 수주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될 전망입니다. 이에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물론, 최근에는 함정 사업을 영위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까지 미 해군 함정 정비 협약(MSRA) 취득을 준비하며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조선소에서 보이는 미국 함정은 국내 조선업이 '짓는 역할'에서 '관리하는 역할'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그 변화는 항만과 지역 조선소, 협력업체들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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