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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두로 체포… 시진핑 20년 ‘중남미 공정’ 뿌리째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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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06. 15:37

특사 파견 중 美 작전, 징후조차 감지 못한 中… 뼈아픈 '정보 실패'
'미국 쇠퇴론' 비웃은 압도적 무력… 입지 좁아진 中 '비군사 해법'
中 "美, 세계 경찰 노릇 말라" 격앙, 차기 정권과 실리 챙기기
USA-VENEZUELA/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23년 9월 13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환영식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 특수부대가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63)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뉴욕으로 이송한 사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여년간 중남미에서 공들여 구축해 온 외교 전략에 중대한 도전을 던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5일 이번 사태가 단순한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나 마두로에 대한 사법 절차를 넘어, 중국이 국제 사회에 설파해 온 '비군사적 분쟁 해결' 능력과 '미국 쇠퇴론' 서사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번 사건의 지정학적 파장과 관련, "중국은 20년 동안 중남미에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는데,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 축출하면서 서반구(Western Hemisphere)에서 시 주석의 판(playing field)을 급변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 온 전략이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 보여준 미국의 압도적인 물리력 행사 앞에서 예상치 못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USA-VENEZUELA/MADURO-NEW YORK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두시키기 위해 헬기에서 연행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특사 보내놓고도 허찔린 中, 뼈아픈 '정보 실패'

이번 사건이 중국 정부에 뼈아픈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결정적인 이유는 체포 직전까지 중국이 미국의 군사 행동 징후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WSJ은 작전 당일의 상황과 관련, 시 주석의 특사인 치우샤오치(邱小琪) 남미·카리브 담당 특별대표는 미군 특수부대가 150여대의 군용기 지원을 받아 마두로를 체포하기 수시간 전인 3일 오후까지도 베네수엘라 대통령궁에서 마두로가 중국어 몇 마디를 하면서 웃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는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의 '베네수엘라와의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정보 실패에 중국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감지된다. 중국 정부 관리는 "이는 중국에 큰 타격이었다"며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VENEZUELA-CHINA/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치우샤오치(邱小琪) 중국 남미·카리브 담당 특별대표를 면담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美, 마두로 체포, '미 힘 약화' 中 서사에 흠집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중국의 우방국 지도자 체포에 그치지 않는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이 중국이 내세워 온 '비군사적 분쟁 해결' 구상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라고 규정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군사 개입주의를 비판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로이터는 "미군이 한밤중에 중국의 '전천후(all-weather)' 전략적 동반자 중 한 나라의 정상을 수도에서 제거한 것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군사적 경로를 따르지 않고도 글로벌 분쟁 지역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외교가 규범적 주장과 달리 실제 대응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에 설파해 온 '미국 쇠퇴론'에도 타격을 입혔다.

WSJ은 미국이 마두로를 효과적으로 제거한 것은 시 주석이 장려해 온 '미국의 힘이 약화하고 있다'는 철학·서사에 흠집을 냈고, 중국 정부의 중남미 영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HINA-BEIJING-WANG YI-PAKISTANI DEPUTY PM-STRATEGIC DIALOGUE (CN)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신화·연합
◇ 왕이 中 외교부장 "美, 세계의 판사 노릇 말라"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 전략'이 타격을 입자 즉각적이고 격앙된 외교적 반발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국은 주권 국가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무력 사용과 그 국가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4일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우리는 어떤 국가도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은 적이 없으며, 어떤 국가도 세계의 재판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모든 국가의 주권과 안보는 국제법에 따라 완전히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쑨레이(孫磊) 주유엔 중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역사의 교훈은 엄중한 경고를 준다"며 "군사적 수단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은 더 큰 위기만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USA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쑨레이(孫磊) 주유엔 중국 대표부 차석대사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EPA·연합
◇ 中, 흔들리는 구상, 그러나 선택은 '실리'

비록 겉으로는 미국을 맹비난하고 있지만, 중국이 실제로는 마두로 정권의 붕괴를 받아들이고 실리적인 이해관계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WSJ와 로이터는 전망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에 이미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마두로의 경제적 실정에 수년간 좌절해 온 만큼 그를 위해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며, 에너지·광업·제조업 분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을 신속히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날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변함이 없으며, 베네수엘라 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은 법에 따라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의 향후 대응은 '물리적 개입'보다는 '외교적 여론전'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현시점에서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제공할 수 있는 물질적 지원은 많지 않지만, 수사적 측면에서는 중국 정부가 유엔과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미국에 반대하는 여론을 결집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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