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 후 치안 장악·체제 안정에 속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06010002048

글자크기

닫기

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1. 06. 09:12

로드리게스 부통령, 임시 대통령 취임… '대외 비상사태' 선포
U.S.?VANZUELAN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국회의사당 밖에서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의 초상화를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UPI 연합뉴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베네수엘라 권력 핵심부가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치안 장악과 체제 안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민들은 급변하는 정국 속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서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 "저는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고통에 대한 슬픔을 안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마약 테러 공모 등 혐의 피고인으로 미국 뉴욕 법정에 선 마두로를 '대통령'이라고 칭하면서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라카스 곳곳에서는 마두로 정권을 지지해온 무장 민간조직 '콜렉티보'가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오가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콜렉티보는 최근 수년간 반정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해온 친정권 준군사 조직으로, 주말 동안 대통령궁 인근과 마두로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군사시설 주변을 경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외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 특수부대의 마두로 체포 작전을 지지한 인물들에 대해 경찰이 수색과 체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정권 내부 결속과 반대 세력 차단을 동시에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국회 역시 기존 권력 구도를 유지했다. WSJ은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로 '니콜라시토'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인사를 포함한 여권 강경파들이 이날 새 국회 출범식을 열고 2031년까지의 임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도 주요 도로와 군사시설 인근에서는 무장 인원들이 차량을 세워 검문하고 시민들에게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요구하는 등 통제가 강화됐다. 베네수엘라 언론노조는 최소 7명의 언론인이 구금됐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이후 석방됐다고 밝혔다.

주말 동안 해외 곳곳에서 베네수엘라인들이 마두로 축출을 환영하며 거리로 나섰지만, 국내 주민들은 거리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일부는 창문 밖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제한적인 의사 표현을 했다.

카라카스에서 은행 자문가로 일하는 프란시스 마추카스는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 상황은 그대로"라며 "같은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시점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카라카스의 변호사 파울라 가메스는 "실제로 정치적 전환 과정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단기간 내 선거가 치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적어도 올해 안에는 선거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능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0여 년간 초인플레이션과 식량·의약품 부족, 공공서비스 붕괴를 겪었으며 약 80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다고 WSJ은 전했다. 남은 시민들은 이주한 가족의 집을 관리하거나 노인 돌봄을 맡고, 메신저 앱을 통해 생필품 정보를 공유하며 위기에 적응해왔다.

카라카스에 거주하는 70세 은퇴자 아멜리아 아코스타는 독재 정권과 쿠데타 시도, 석유 호황과 불황을 모두 겪어왔다며, 현재 가장 큰 걱정은 지난 토요일 폭발로 정전된 뒤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은 전기와 물 공급이 모두 끊긴 상태"라며 "상황이 매우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김도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