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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수치심 돌파로 차별화 빚어낸 신영증권 ‘나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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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5. 12. 31. 17:06

박이삭님 크랍
연말이면 증권가에는 여러 전망 보고서들이 쏟아집니다. 내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이며 어떤 종목이 유망한지 예측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신영증권은 좀 다릅니다. 2022년부터 연말마다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4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냅니다. 한 해 동안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 봤는지, 판단이 왜 틀렸는지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겁니다.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16명은 이번에도 나의 실수 보고서를 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자백한 내용은 크게 예측하지 못한 변수의 등장, 과거 경험에 근거한 관성적 판단, 기존 분석 프레임의 한계 등으로 요약됩니다. 이들은 분석 기간이 길어지면서 특정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고착된 나머지 긍정적 신호마저 의심했음을 반성합니다. 과거 지표에 묶여 기술 혁신이 가져온 변화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 속도를 간과했다고도 술회합니다. 신영증권은 이를 통해 분석가 자신의 편견을 먼저 거두는 게 더 나은 판단의 필수 과정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를 포함한 대다수 기업은 성과를 극대화해 홍보하고 실수는 은폐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자기들의 과오를 투명하게 노출함으로써 신영증권이야말로 정보 왜곡 가능성이 낮은 기업이라는 확신을 끌어냅니다. 역설적이게도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가 고객을 속이지 않는다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해, 신뢰 자본을 쌓아 올리는 기반이 됩니다.

이 보고서는 전문가의 판단 궤적을 뒤따라가는 학습 도구이자 투자자의 과도한 기대를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각 애널리스트가 판단 당시 활용한 지표와 시나리오가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는 리포트를 통해 신영증권이 올해 시장을 어떤 논리로 해석했고 실제 결과와 괴리가 발생한 지점이 어디인지 상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는 리포트를 받아 적기보다 한 번 더 스스로 판단해 보려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신영증권 입장에서는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거리감일지도 모릅니다.

이목을 끄는 제목이나 파격적인 목표주가로 눈길을 끄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기도 합니다. 반대로 자신이 틀린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일은 창피하고 아픈 선택일 겁니다. 이렇듯 '나의 실수'는 매년 신영증권이 스스로를 향해 매를 드는 일입니다. 이 처절한 자기반성은 4년째 반복되면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수치심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자세가 결과물로 나올 때 얼마나 강력한 차별화가 생기는지 증명한 것입니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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