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잔액·비이자이익 확대 효과
내년 과징금·희망퇴직 비용 부담 대기
생산적금융 확산에 자본시장 역할 부각
발행어음 경쟁 격화… 증권 실적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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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내년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내년 1분기에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과징금과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올해 추진한 희망퇴직 비용 등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자이익 기반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에 대한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비은행 자회사, 특히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산을 강조하며 '자본시장'의 역할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투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권 자회사의 성과가 내년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2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추정치 합계는 2조557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98억원) 대비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도 불구하고 생산적 금융 확산 기조에 맞춘 적극적인 기업대출 확대로 이자이익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1월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기업대출 잔액은 701조221억원으로 3분기 말 대비 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0.6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이자이익 개선세 역시 4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카슈랑스 등 금융상품 판매가 견조한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 호조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 중심의 이익이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4분기 순이익이 6978억원으로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하나금융 6664억원, 신한금융 6662억원, 우리금융 5272억원 순이다.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64.05%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양호한 이익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에 반영됐던 대규모 충당금이 사라진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과 LTV 담합 과징금 확정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아직 실적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4대 금융그룹의 과징금 합계를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종 확정 전인 만큼, 은행연합회 추산 기준에 따른 과징금의 일부만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올해 연간 순이익은 KB금융 5조8101억원, 신한금융 5조1378억원, 하나금융 4조825억원, 우리금융 3조3042억원 등 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다만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1분기에는 과징금과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우려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 부동산 금융 규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다. 기존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자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금융그룹들은 기업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에 가장 적합한 업권이 자본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역시 자본시장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받게 되면서, 이미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KB증권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4분기 4대 금융그룹의 양호한 이익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며 "생산적 금융에 따른 기업대출 증가와 수수료 수익 중심의 비이자이익 성장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