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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현장] K-콘텐츠, 유행 넘어 글로벌 일상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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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2. 23. 16:29

미국 MZ세대 일상에 스며든 K-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박물관 굿즈까지 확장된 소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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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팝 칼럼니스트(왼쪽부터)·김숙영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유통전략팀 이승은 차장·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이상윤 한류 PM/넷플릭스
"오늘날 콘텐츠에서 가장 힙한 것은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23일 서울 성수 앤더슨씨에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를 열고 K-콘텐츠가 만들어낸 글로벌 문화 지형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첫 연사로 나선 김숙영 UCLA 교수는 미국 내 K-드라마 소비 양상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한국 드라마 상위 20편은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 가능한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킹덤' 등이었다. 또 다른 조사기관 2CV의 설문 결과에서도 K-콘텐츠 시청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미국에서 조사 대상 8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미국 내 K-드라마 소비를 견인하고 있는 플랫폼이 넷플릭스라는 점은 한국에 대한 인식 형성 과정에서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미국 MZ세대의 세대적 경험을 들었다. 2000년대 이후 경기 침체와 팬데믹, 국제 갈등 등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동시에 새로운 문화에는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 온라인 공간을 통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젊은 시절 좋아하고 공유하며 열광한 문화는 시간이 흘러 중장년층이 되어서도 하나의 향수로 남는다"며 "그 향수를 자극하는 문화적 종착점이 한국 콘텐츠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핼러윈의 K-콘텐츠 복장, 일반 학원에서도 접할 수 있는 K-팝 댄스 클래스 등을 예로 들며 한류가 '보는 문화'를 넘어 '참여하는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
한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이후 나타난 문화 소비의 변화를 언급했다. '케데헌'의 글로벌 흥행 이후 작품 속에 녹아든 한국적 이미지와 상징에 대한 관심이 실제 문화 공간과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누적 관람객 600만 명을 돌파했고 영화 속 캐릭터가 민화 '호작도(호랑이와 까치)'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 박물관 굿즈 '뮷즈'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케데헌' 공개 직후인 7월의 뮷즈 매출은 전월 대비 두 배로 증가했고 '호작도' 배지는 연일 품절 사태를 빚었다. 11월 기준 뮷즈 누적 매출액은 356억 원을 기록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승은 차장은 "'케데헌' 공개 이후가 분명한 변곡점이었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해외 보급 사업을 본격화했는데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16년째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개장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생기고 굿즈를 사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며 "관람객들이 대기 줄에서 자연스럽게 '케데헌' 속 호랑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이는 매출 지표로도 분명하게 확인됐다. 올해 연말까지 굿즈 매출은 400억 원 돌파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가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토리텔링'과 '위트'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유물 이미지를 그대로 굿즈에 적용했다면 최근에는 유물에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평안감사향연도'를 활용한 소주잔 사례를 소개했다. 잔에 차가운 술을 따르면 그림 속 선비의 볼이 붉어지는 장치를 더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됐다는 얘기다.

이 차장은 "과거 국립중앙박물관은 미술 애호가나 중장년층 중심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뮷즈를 계기로 박물관이 대중화되고 젊어졌다"며 "이 지점이 오늘날 박물관 굿즈가 하나의 문화 소비로 자리 잡게 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한류를 산업과 수출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이상윤 한류 PM 역시 "'콘텐츠를 봤다, 좋았다'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쓰는 문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콘텐츠에 노출된 소비재와 서비스가 수출과 현지 판매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국가별 시장 조사와 함께 오프라인·온라인 유통망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며 "콘텐츠·소비재·유통 구조가 하나의 바퀴처럼 맞물릴 때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으로서 넷플릭스의 역할은 장기 투자와 창작 생태계 강화로 정리됐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K-콘텐츠 투자를 이어왔으며 2023년에는 향후 4년간 약 3조 원 이상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00% 사전 제작과 제작비 전액 선지급 구조를 통해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창작자가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고, 고사양 영상·음향 기술과 체계적인 후반 작업 프로세스를 통해 제작 현장의 작업 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 역시 한류 확산의 중요한 기반으로 제시됐다. 넷플릭스는 다국어 더빙과 자막,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능을 통해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부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80% 이상이 K-콘텐츠를 한 편 이상 시청한 경험이 있으며 넷플릭스 이용자는 비이용자보다 한국 문화에 대해 더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제작사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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