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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태국 부리람주의 '창 인터내셔널 서킷'은 더 이상 레이싱 경기장이 아니었다. 모토GP 등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가 열리던 이곳 트랙 주변에는 거대한 흰색 천막들이 들어섰고, 전방 마을에서 대피한 1만 5000여 명의 태국 주민들이 2미터 남짓한 좁은 구획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국경에서 15km 떨어진 사이 꿋 마을에서 탈출한 유안 보원랏 씨는 "너무 충격을 받아 짐도 챙기지 못했다"며 "갈 곳이 없어 이곳에 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최격전지인 시사켓주 칸타랄락 지구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레드존'으로 지정됐다. CNA는 "방탄조끼를 입고 들어간 취재진이 목격한 반 농 멕 마을은 처참했다"면서 "도로에는 로켓이 만든 구덩이가 패여 있고, 집들은 파편으로 벌집이 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주 이곳에서는 정원을 손질하던 63세 남성이 캄보디아군 로켓 파편에 맞아 숨졌다. 첫 민간인 사망 사고였다.
국경 너머 캄보디아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시엠립주와 반테아이 민체이주 주민들은 트랙터에 가재도구를 싣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한 캄보디아 주민은 "지난 7월 충돌 때 피란을 갔다가 돌아왔는데, 이번에 또 나왔다"며 "이번 폭발음은 그때보다 훨씬 강력해서 더 무섭다"고 공포를 호소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학교와 시장까지 폭격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사원을 임시 대피소로 개조하고 정수 시설을 설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밀려드는 피란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양국 합쳐 약 60명이 사망하고 5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강대국들이 중재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의 덩시쥔 아시아 담당 특사는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해 긴급 중재에 나섰다. 캄보디아 외교부는 "중국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역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다음 주 초까지 양국이 휴전 합의를 다시 이행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는 22일 열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 회의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