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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현국 지오엘리먼트 회장 “지오어플라이언스 인수는 중장기 포석…내년 성장 모멘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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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12. 03. 16:30

'적자 기업' 지오어플라이언스 인수
기술경쟁력 확실…내년 성장 본격화
M&A로 역량 강화, 분리상장도 검토
신현국 지오엘리먼트 회장 인터뷰-7569
신현국 지오엘리먼트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박상선 기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K반도체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기업 지오엘리먼트의 주가는 여전히 제자리다. K반도체를 믿었던 투자자들이 웃는 동안 캐니스터·레벨센서 분야에서 30년간 기술개발에 매달려온 지오엘리먼트는 정작 호황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회사 수장인 신현국 회장이 중앙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어 일각에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주가는 1년 넘게 6000~7000원 박스권에 묶였다. 문제는 없을까?

2일 서울 도곡동 지오엘리먼트 본사에서 만난 신 회장은 "적자 기업인 지오어플라이언스를 인수한 것이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공정은 기술이 채택되는 순간 이익 구조가 뒤바뀌는 산업인데, 기술기업을 단순 숫자로만 재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올해까지는 기반을 다진 시기였고 내년부터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변화의 출발점으로 지오어플라이언스 인수를 꼽으며 "적자였지만 기술은 확실하다. 인수 판단은 지금도 옳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오어플라이언스는 반도체 공정용 정밀 히터·온도 제어 솔루션을 개발해온 기업으로, ALD(원자층증착)·CVD 등 고체 케미칼 기반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열 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오어플라이언스의 적자 배경에 대해서도 짚었다. 신 회장은 "적자는 기술 개발과 고객사 인증 과정에서 비용이 집중된 결과일 뿐이다"며 "인수 후 자금 여력이 생기면서 공정 안정화가 빠르게 이뤄졌고, 기술도 한 단계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신현국 지오엘리먼트 회장 인터뷰-7572
신현국 지오엘리먼트 회장이 2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지오어플라이언스 인수 배경과 기술적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상선 기자
자회사 지오어플라이언스의 IPO(기업공개) 추진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NH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며 "시장 환경과 사업 준비 등으로 일정 조정은 있었지만, 상장 계획 자체는 변함이 없다. 지오어플라이언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모회사인 지오엘리먼트의 재평가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M&A(인수합병) 전략에 대해서도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술기업은 필요한 역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면서 "우리가 추진하는 M&A는 산업 내에서 지오엘리먼트와 기술·공정·사업 구조 측면에서 시너지가 나는 기업에 한정한다"고 부연했다. 최근에도 기술력이 탄탄한 회사를 인수 직전까지 검토했지만 여러 요인을 고려해 중단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조건이 맞는다면 M&A는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핵심은 '2027년 전후 본격화될 고체 케미칼 전환'이었다. 그는 액체 전구체 중심의 기존 공정이 고체 화합물로 이동하는 흐름을 "반도체 공정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변화"라고 해석했다. 고체는 증발·압력·온도 제어 난도가 액체보다 훨씬 높고, ±1~2℃의 초정밀 균일도가 요구된다. 기존 장비와 용기 구조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고체 케미칼 시대는 이미 문 앞까지 와 있으며,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오엘리먼트의 기술 경쟁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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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국 지오엘리먼트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기술 로드맵과 사업 확장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박상선 기자
신 회장은 히터·증발·고순도 용기 기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술 삼각축' 구축이 최근 R&D(연구개발) 투자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오어플라이언스 인수 역시 온도·증발·압력 제어라는 반도체 공정의 본질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별도 기준 약 30%, 연결 기준 약 20% 수준이며,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미국 램리서치 등 글로벌 고객사로의 간접 공급까지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이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그는 고체 케미칼 전환이 해외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해외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평가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신 회장은 "중소 기술기업을 대기업처럼 PER(주가수익비율)로만 평가하는 것은 산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라며 "중소기업은 특정 기술이 채택되는 순간 이익 구조가 대기업보다 훨씬 급격히 변한다"고 지적했다. 지오엘리먼트가 수년째 무차입·순현금 기조를 유지하고 R&D를 멈추지 않은 이유 역시 "기술기업은 위기 때 연구개발을 끊으면 그 즉시 경쟁력을 잃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금은 눈앞의 숫자가 아니라 더 큰 시장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서 신 회장은 지오엘리먼트의 변곡점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오어플라이언스 효과가 내년부터 실적에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2027년 전후 고체 케미칼 전환이 본격화되면 회사 체급은 지금과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소외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장은 결국 기술과 신뢰를 갖춘 회사를 알아보게 돼 있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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