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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먼저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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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7. 07:50

청년들 결혼 안하는 이유 '집' 마련 가장 커
희생 요구하는 만큼 주택공급 생태계 복원해야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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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건설부동산 부장
젊은 기자들을 만날 때 가급적 말을 안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의 얘기가 나오는데 '난 이렇게 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강요처럼 흐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다. 시행착오를 줄여보겠다는 명분으로 무장하고 온갖 달콤함을 포장해 대화를 시도하지만 어쨌든 꼰대 혹은 영포티의 잔소리다.

결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점심시간. 불편함과 어색함만이 감돈다. 이 순간 화제로 삼으면 가장 좋은 말이 있다. "결혼은?"

이 때부터 한 남자의 가치관, 연애담, 미래관 등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심지어 애인과 싸웠던 얘기 등이 오가며 인생 상담까지 이른다. 신나서 하는 얘기에 주위 사람들까지 공감은 물론, 오지랖과 훈수를 던진다.

하지만 언제부터 정해진 답은 하나다. 안해요 / 왜 / 집구할 자신이 없어요 / 수도권이라도 알아보지 / 안될거 같아요 / 그러다 결혼 못해 / 어쩔 수 없죠 혼자 살아야죠

모두 다 안다. 이들의 결혼을 가로막는 가장 거대한 장벽의 존재를...바로 '집' 때문이다.

출범 4개월만에 이재명 정부는 3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엄청난 속도다. 이를 위해 위정자들과 공무원들은 머리가 쪼개지도록 고민해 쓸 수 있는 카드를 전부 꺼내들었다. 핵심은 규제다. 급진적이고도 파격적인...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곳의 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낮아졌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40%로 축소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재당첨 제한도 시행된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됐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 수요까지 차단을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된 셈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 같은 정책들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른다. 이미 서울에서 본격화 된 전세난은 경기권으로 번지는 중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전세로 수요가 몰리자 경기도 전셋값까지 끌어올리는 연쇄 작용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과 돌발 변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이다. 이들은 높은 대출의 벽에 막혀 거주 이전 자유를 박탈당했다.

강남 3구에서 잘 살고 있는 정치인들은 숱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서울 아니, 수도권조차 입성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신분의 벽을 뚫지 못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다를게 뭐란 말인가.

집을 바탕으로 열심히 인생을 설계하고 살아가야 할 젊은이들이 "내팽겨졌다"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기성세대, 즉 우리는 취직과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은 지금 세대의 10분의 1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모든 고통과 희생은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주택 공급 생태계를 복원시키지 않는다면 이들은 영원히 결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이 취업 때부터 겪는 어려움을 안다면, 집을 구하지 못해 사랑과 결혼을 포기하는 현실을 절감한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공급을 정상화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

기득권을 지키는 것도 모자라 그대들의 고혈로 꿀을 빨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신들 보다 잘 한건 나이가 많다는 것 뿐 입니다. 먼저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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