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증가가 원화약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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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이미 구조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경기 호조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끄는 흐름이 수년간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1471.5원으로 마감됐다. 1480원에 육박하던 환율은 지난 14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1453.1원까지 떨어졌지만, 약 5일 만에 다시 147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달러 수요 증가'가 꼽힌다. 기업의 해외투자 활성화, 기관·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 국내 수입업체의 연말 결제 수요 등이 겹치며 '바이 달러'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달러 수요 증가는 1차적인 요인일 뿐이며, 원화 약세가 이미 고착화됐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한 달 사이 1.4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비상계엄 여파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던 3월 말(89.29)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 화폐의 상대적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수로, 100을 넘으면 고평가, 100 미만이면 저평가로 본다.
특히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 주식시장 호조 등 기존 지표와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달러 강세보다는 원화 약세의 영향이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의 구조적 해외투자가 원화 약세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통적인 무역수지 중심이 아니라 자본시장 중심으로 재편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결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Fed가 통화 긴축 메시지를 강조할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원화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 강세가 더욱 심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의 진짜 핵심은 해외투자"라며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려면 개인들의 '나스닥 불패' 믿음이 약화되거나,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