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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애매한 입지’ 저축은행, 서민금융 공급 역할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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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1. 21. 18:00

한상욱 사진
"요즘 저축은행을 보면 역할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에는 예금금리도 높았고 대출도 중금리가 많았는데···."

최근 저축은행업권의 현주소를 두고 한 경제학과 교수가 내놓은 진단입니다. 오랜 기간 '서민금융기관'을 자처해온 저축은행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은행 대비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문턱'으로 대표되는 저축은행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면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 최근 저축은행 예금 상품을 보면, 금리 경쟁력이 은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밀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1일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연 2.69% 수준입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2.55~2.85%인 점을 감안하면 저축은행과 시중은행간 금리 격차가 제로 수준입니다. 통상 저축은행업권은 수신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0.5~1.0%포인트 높이 예금금리를 설정해 왔습니다.

대출 문턱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사잇돌2·민간중금리 합계) 취급액은 1조9127억원으로, 작년 동기(2조8342억원)와 비교해 32.5%나 줄었습니다. 취급 건수도 19만4231건으로 같은 기간 6.7% 감소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해 정책금융상품의 취급 가중치를 높이고, 예대율 산정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대출 공급이 크게 위축된 것입니다. 이는 주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죠.

저축은행 서민 창구의 역할은 은행 및 대부업권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경쟁력 약화는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예금자보험 한도 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0조5000억원에서 88조6000억원으로 약 2조원 줄었고, 여신 잔액도 올해 3분기 말 기준 93조원대로 감소하면서 지난 2021년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저축은행도 할 말은 많습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로 인해 그간 부실 정리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연체율이 높은 중금리대출 등 서민금융 공급 여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죠. 여기에 정부 규제로 신용대출 한도가 차주의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면서, 대출 영업이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가 그간 저축은행들의 고위험 여신 운용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 수익에 치우친 영업 관행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저축은행이 다시 과거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서민금융 공급'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높은 수신 경쟁력을 갖추고,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말이죠. 특히 정부가 이들 저축은행을 통해 정책금융상품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연계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권이 잇달아 대출 창구를 걸어잠그며 '대출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저축은행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을 흡수하고, 이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어렵고 불안한 시기를 지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저축은행이 서민을 위한 제도권 금융의 든든한 울타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봅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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