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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노태문’ 투톱 리더십 본격화…삼성전자, ‘안정’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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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11. 21. 14:28

21일 '승진 1명·위촉업무 변경 3명' 사장단 인사 단행
노태문 사장, 대표이사 및 정식 DX부문장 선임
'반도체 반등' 이끈 전영현 부회장도 DS부문장 유임
2인 대표 체제 복귀…"미래 도전과 경영 안정 균형"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12조원-사상최대 86조원...<YONHAP NO-3946>
/연합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21일 치러진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 인사에 대한 재계 평가다. 승진 1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에 그치는 소규모 인사다. 유력시됐던 노태문 사장(DX부문장 직무대행 겸 MX사업부장)의 부회장 승진이 이뤄지지 않았고, 양대 부문장들의 핵심 사업부장 겸직도 그대로 이어졌다. 올해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이재용 회장이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란 그룹 안팎의 전망을 대부분 빗겨나갔다. 다만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기술 인재 등용에도 적극 나섰단 점에서 '조직 안정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단 평가가 나온다.

◆'갤럭시 신화' 노태문 사장,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노태문 사장의 거취는 이날 인사 발표 직전까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재용의 남자', '갤럭시 신화', '최연소 승진' 등은 노 사장의 업무 역량과 그룹 내 입지를 대변하는 수식어로 통한다. 2020년부터 스마트폰 사업 수장인 MX사업부장을 맡아 온 노 사장은 올해 3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DX부문장을 직무대행으로 겸직해왔다. DX부문은 올해 상반기까지 부침을 겪었던 DS부문을 대신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 1~3분기 MX사업부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0조3000억원, 1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29.4% 늘었다.

이에 노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지만, 삼성전자는 노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직무대행 꼬리표를 뗐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경우 현재 DS부문장을 맡고 있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2인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3월부터 8개월째 전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 중이다. 회사 측은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하에서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후임에게 넘겨줄 것으로 예상됐던 MX사업부장 자리도 유지한다. 인사를 앞두고 올해 사장으로 승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차기 MX사업부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이 최근에야 실적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고, 가전 사업도 성장이 둔화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시점"이라며 "자타공인 스마트폰 전문가로 꼽히는 노 사장을 대체할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DS부문 '전영현 체제' 유지…기술 인재 영입 '눈길'

DS부문은 전영현 부회장이 그대로 지휘봉을 잡는다. 겸직 중인 메모리사업부장 자리도 이어간다. 대신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직은 뗐다. 전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그간 암묵적으로 적용돼 왔던 삼성의 '65세 룰'이 적용될 경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리를 지키면서 굳건한 입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던 DS부문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삼성 반도체 사업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후 조직 문화 쇄신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면서 DS부문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DS부문은 전 부회장 체제에서 엔비디아 HBM3E 퀄 테스트 통과와 HBM4 공급망 진입, 테슬라향 대규모 파운드리 수주 등 메모리·비메모리 분야 모두 뚜렷한 성과를 냈다. 3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12조1661억원) 중 7조원을 DS부문이 담당했을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과 신뢰 회복이라는 공로를 세운데다,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전 부회장의 유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SAIT 원장직을 넘기면서 반도체 사업에 보다 힘을 쏟을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대신해 박홍근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SAIT 원장(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사장은 25년 이상 화학, 물리, 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박 사장은 나노 기술 전문성 및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DX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부사장이 승진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변화'와 '기술의 삼성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노태문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투톱 체제를 견고히 했고, 윤장현 사장이 CTO를 맡아 기술의 삼성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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