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고] 작은 기후행동이 만들어내는 진짜 변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2101001130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11. 21. 12:00

기고
전 세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몸으로 체감하는 시대가 됐다. 계절의 균형은 흔들리고, 이례적인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며, 자연은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개인의 행동은 종종 무력하고 미약하게 느껴진다. 기후 문제는 너무 크고 복잡해 개인의 실천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그러나 환경심리학, 행동경제학, 사회과학의 연구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변화는 늘 조직이나 정부의 거대한 결단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선택에서 서서히 자라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취한 행동으로부터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정체성은 다시 새로운 행동을 만들어내며, 이러한 과정은 조용한 파동처럼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결국 사회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 작은 실천은 단순히 미약한 행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구조적 변화를 열어젖히는 출발점이 된다.

제주 비양도에서 해양 플로깅 하며

최근 제주 비양도 해안에서 진행된 플로깅 활동은 이러한 변화의 메커니즘을 매우 생생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애쉬니나 아자하라가 제주 국제학교 학생들, 시민들,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한 이 현장은 규모나 형식으로만 보면 화려한 캠페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소박함과 직접성이 더 큰 울림을 만들었다. 해안가에 쌓인 폐그물과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을 손으로 직접 주워 담는 행위는, 학생들에게 기후위기가 더 이상 뉴스나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님을 확실하게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비양도에 참여한 국제학교 학생들은 눈앞에 쌓인 쓰레기의 양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이전까지 '지구 환경 문제'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몰랐던 마음들이 활동 내내 조금씩 달라졌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낯설고 조용하게 움직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손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한 학생은 "뉴스나 영상을 통해 본 기후위기와 직접 눈앞에서 마주한 현실은 차원이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내 삶의 방식도 조금씩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정적 전환은 단순한 감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인간은 감정과 경험이 결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신념을 형성하고, 신념이 생길 때 비로소 행동을 바꾼다. 비양도에서 학생들이 겪은 충격과 결심은 바로 그러한 전환점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한 콘텐츠복덕방은 이번 활동이 단순한 해안 정화 작업을 넘어, 학생들과 시민들이 기후 문제를 몸으로 느끼고 변화의 주체로 성장하는 '경험 기반 환경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참여했다. 이승택 콘텐츠복덕방 대표는 "우리는 바다 전체를 바꾸지 못할지 몰라도, 단 한 번의 경험이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확인된 변화의 순간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작은 실천이 사회적 흐름이 되어가는 과정

기후 행동과 관련된 작은 실천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행동이 개인의 정체성 변화를 넘어 주변과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 번의 플로깅 경험은 개인의 소비 습관, 이동 방식, 생활 방식 전반의 기준을 미묘하게 전환시키고,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착돼 '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변 지인에게 전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전체의 분위기와 태도를 바꾸게 된다. 사람들은 거대한 정책이나 캠페인보다 가까운 누군가가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더 쉽게 마음을 움직인다.

이러한 행동의 확산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작은 실천은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문화가 된 행동은 사회적 규범이 되고, 규범은 정책의 방향성과 산업의 문화를 바꾸는 힘이 된다. 제도와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개인과 공동체의 실천이 메워주며, 결국 사회 전체가 기후위기 대응의 흐름으로 이동하게 된다. 작은 행동이 모여 문화가 되고, 문화가 제도를 움직이며, 제도가 산업을 바꾸는 이 과정은 외형적으로는 느리고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기후위기 시대, 다시 '작은 행동의 가치'를 믿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기후위기를 숫자와 통계로만 이해하려고 한다. 폐기된 플라스틱 몇 킬로그램, 수거된 쓰레기의 양, 절감된 탄소 배출량 같은 지표들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이런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행동을 통해 사람이 바뀌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가이다. 비양도에서의 플로깅은 물리적인 쓰레기 수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 경험으로 인해 국제학교 학생들이 기후 행동의 의지를 품게 됐고, 니나의 메시지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의 한 장면'이 아니라 '나의 인생에서 잊히지 않을 경험'으로 자리 잡게 됐다.

사람이 바뀌면 선택이 바뀌고, 선택이 바뀌면 문화가 바뀐다. 문화가 바뀌면 제도와 산업은 그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작은 행동은 결코 미약하지 않다. 그것은 변화의 문을 여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다시 붙잡아야 할 것은 거대한 계획이 아니라,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한 걸음의 용기다. 그 작은 걸음이 모여 결국 지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믿음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대일 오마이어스 대표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