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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내 집 갖기’는 모든 청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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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11. 19. 18:13

지난달 서울 집값, 9월 상승폭의 2배<YONHAP NO-6231>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전후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지난달 아파트를 포함한 서울의 집값 상승 폭이 전월의 2배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연합
이정연
이정연 기획취재부 기자
"딸한테 임대주택 살라 하고 싶나. 청년 전세 관련 정책 대출 예산을 다 잘랐다." "어떻게 가족을 엮나."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대한 김용범 정책실장의 고성을 두고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 살이를 통해 알뜰살뜰 초기 자금을 모아 주거를 마련하고 싶은 청년과 무주택자의 일련의 주거사다리가 무너진 것과 관련해 국민적 분노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불을 지핀 격이다. 정작 자신의 딸에게도 권유 안 할 임대주택을 국민들에게 내놓는 것이냐는 날 선 민심이 빠르게 가시지는 않을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일무이 기적같은 '0명대 출산율'의 원인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폭등이 있다. 막대한 재정정책으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데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격 수요억제대책이 가동됐지만, 켜켜이 해묵은 주택 공급 차질로 인해 이미 눌려있는 실수요는 전월세 시장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정부가 젋은 부부 주거안정 취지로 내세운 신혼희망타운 실체도 일면 비극이다.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은 인근 민간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 없는 월세 100만원대 임대차 매물이 나오고 있다. 신혼부부에게 분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른 신혼부부에 호가에 임대를 내주는 '투자처'가 됐다. 심지어 이 지역은 삼성 평택캠퍼스가 위치해 있는데, 직원들 주거비 지원에 맞춰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린다는 얘기까지도 공공연히 돌고 있다.

'보금자리'가 있어야 새끼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것은 생태계 곧 자연의 이치다. 새는 둥지를 만들고, 벌도 벌집에서 유충을 보호하듯 안정적인 주거 속 출산, 미래계획이 가능하다는 건 굳이 전문가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인간 본성 그 자체다.

공급이 아닌 수요억제대책에 머무른다면 저출산 정책은 필패다. 그 어떤 청년도 언젠가 원하는 곳에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내 집 갖기'를 원한다. 은행과 정책대출이 없다면 초기 주거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딸에게 억 단위의 목돈을 턱턱 빌려줬다는 고위공직자의 항변 역시도 반가울 리 만무하다.

다른 국민들도 자기 자식에게 온전한 주거사다리를 물려주고 싶다는 정당한 비판엔 정당한 정책 비전이 답변으로 제시돼야 마땅하다. 고위공직자의 입이 청년들에게 또다른 박탈감으로, 저출산의 원인이 돼서야 되겠는가.

또 다른 한편에선 이번 정부 들어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기업·기관의 무책임한 지방 이전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터져나온다. 저출산 타개를 명분으로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정작 주말부부를 양산하는 정책을 내놓아서는 모처럼 반가운 혼인·출산 반등세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적어도 자식의 가족을 대입했을 때도 당당하게 권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와 가족·복지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내 집 갖기'는 일부 특권계층 자녀의 꿈만이 아닌, 모든 국민의 꿈이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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