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도 망명 방글라 前 총리, ‘총선 보이콧’ 선언…“내 정당 빼고 무슨 선거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030010013119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30. 12:21

FILES-BANGLADESH-POLITICS-TRIAL <YONHAP NO-5735> (AFP)
2024년 1월 8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총선 승리 후 기자회견 중인 셰이크 하시나 당시 총리. 2024년 8월 학생 시위로 축출되어 인도에 망명 중인 하시나는 최근 자신의 정당(아와미 연맹)이 배제된 내년 총선 보이콧을 선언했다/AFP 연합뉴스
지난 2024년 8월, 140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대규모 학생 주도 유혈 시위 끝에 15년간의 장기 집권을 마감하고 인도로 망명한 셰이크 하시나(78)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1년여 만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가 공개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하시나 전 총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방글라데시 임시 정부와 내년 2월로 예정된 총선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또 대규모 투표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시나 전 총리는 자신의 핵심 정치 기반인 아와미 연맹(AL)이 내년 총선에서 배제된 것을 맹비난했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유누스 임시 정부의 국가 안보 위협 및 전쟁 범죄 조사 등을 이유로 아와미 연맹의 정당 등록을 정지시킨 바 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아와미 연맹을 금지한 것은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자멸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차기 정부는 반드시 선거를 통한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와미 연맹을 지지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그들은 (다음 총선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작동하는 정치 시스템을 원한다면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의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권자 126만 명의 방글라데시에서 양대 정당으로 군림해 온 아와미 연맹의 지지자들이 대거 투푤르 거부할 경우 총선 역시 정당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인터뷰는 오는 11월 13일로 예정된 하시나 전 총리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24년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대학생 주도 시위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방글라데시 국제범죄재판소에 기소된 상태다. 당시 유혈 사태는 1971년 독립전쟁 이후 최악의 폭력 사태로 기록됐고 유엔(UN)은 보고서를 통해 이 기간 동안 최대 14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하시나 전 총리는 이러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재판 과정을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소송 절차는 정치적 동기가 깔린 희대의 사기극"이라면서 "유죄 판결이 이미 정해진 캥거루 재판(엉터리 재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나는 대부분 사전 통보나 변호할 의미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축출된 이후 인도 뉴델리에 망명 중인 그는 귀국 여부에 대해서는 "물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곳의 정부가 합법적이고, 헌법이 준수되며, 법과 질서가 진정으로 유지될 때만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유누스 임시 정부 체제 하에서는 돌아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아와미 연맹의 미래에 대해서는 의외의 발언을 내놓았다. 그의 아들인 사지브 와제드(워싱턴 거주)가 당을 이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지만, 하시나 전 총리는 "이건 정말 나나 내 가족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방글라데시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미래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헌정 질서와 정치적 안정으로의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한 개인이나 가족이 이 나라의 미래를 규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