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최다 라인업 앞세워 고객 흡수
KB는 생애주기펀드 중심 안정 운용
자산배분 전략 통해 수익률 1위 수성
양사 편의성 향상 등 우위 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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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IRP는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안정성에 더해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퇴직연금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IRP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IRP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산관리(WM) 고객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의 핵심 과제인 비이자이익 성장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은행이 무료 수수료를 제공하면서까지 고객을 유치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3분기 IRP 적립금은 18조2763억원으로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 KB국민은행을 1000억원가량 앞섰는데, 전 분기까지만 해도 KB국민은행의 적립금이 신한은행보다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만에 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반면 IRP 수익률은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앞섰다. 3분기 수익률(원리금 비보장)은 15.34%로 신한은행보다 1.38%포인트 높았다. 주식시장 호재 등으로 양사 모두 2분기보다 수익률이 개선됐지만, KB국민은행 개선 폭이 신한은행보다 0.95%포인트 더 컸다.
신한은행은 적립액 증가를 이유로 은행권 최다인 총 216종의 상장지수펀드(ETF) 라인업 보유를 꼽았다. 여기에 'SOL 나의 퇴직연금' 서비스를 통해 퇴직연금 가입자의 ETF 접근 편의성을 높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ETF 잔액은 작년 말 8300억원에서 올해 8월 2조원을 돌파했다.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인 ETF는 편의성을 앞세워 주요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 얼마만큼 ETF 상품을 보유했는가가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KB국민은행의 양호한 수익률은 생애주기펀드(TDF) 중심의 자산배분 전략이 주효했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하고자 하는 목표 시점에 맞춰 투자 자산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상품이다. 은퇴 전에는 자산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은퇴시기에 가까워질수록 안정성을 우선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 성향에도 부합한다. KB국민은행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보다는 중장기 안정적 수익을 자산배분 전략을 내세웠으며, 이는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비이자이익 성장이 여전히 중요한 만큼, 이들의 은행권 IRP 시장 선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은행의 WM 고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양사는 고객 확보를 위해 특정 조건을 달성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이 비대면 IRP 가입자 중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 전액 면제를 시행하자 적립금 1억원 이상 비대면 가입자에게 수수료 면제를 제공했던 신한은행은 다음 달 중 수수료 면제 조건을 5000만원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통한 가입자 관리와 다양한 방식의 퇴직연금 상담 서비스 제공, 모바일 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개선을 통해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뿐 아니라 다른 업권과도 고객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익률과 같은 기본 경쟁력은 물론, 퇴직연금 관련 정보를 보다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