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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베트남 하노이 ‘오토바이 금지’에 “일자리 수십만개 날아갈 것” 경고…혼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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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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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시내 도로의 모습/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가 추진하는 환경정책이 예상치 못한 외교적 마찰로 번지고 있다. 하노이시가 추진 중인 '내연기관 오토바이 도심 운행 금지' 계획에 대해 일본 정부와 혼다 등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입수한 관련 문서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측이 베트남 정부에 정책의 재검토와 함께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월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극심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6년 중반부터 수도 하노이 도심 지역 내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2028년에는 금지 구역이 더 확대될 예정이며, 향후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찌민시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인구 1억 명 중 오토바이 등록 대수가 8000만 대에 육박하는 베트남에서 이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다. 베트남의 오토바이 시장 규모는 올해 약 46억 달러(약 6조 5859억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이런 베트남 정부의 발표 직후 주 하노이 일본 대사관은 베트남 당국에 공식 서한을 보내 "갑작스러운 금지 조치는 오토바이 딜러·부품 공급업체 등 지원 산업의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대사관은 또한 충분한 준비 기간과 단계적인 규제 시행을 포함하는 "적절한 로드맵"을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서한은 지난 9월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혼다가 주도하고, 야마하·스즈키 등이 참여하는 오토바이 제조사 협회(VAMM) 역시 7월 베트남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로이터가 입수한 이 서한에서 협회는 "이번 금지 조치가 공급망 내 기업들의 생산 중단과 파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구체적으로 약 2000개의 딜러와 200여 개의 부품 공급업체에 종사하는 수십만 명의 근로자에게 파급 효과가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소 2~3년의 준비 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생산 라인 조정·충전소 네트워크 확장·안전 기준 마련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현재까지 일본 정부와 제조사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단연 혼다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로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혼다는 작년에만 260만 대를 판매했다. 베트남 내에서도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혼다는 이번 금지 조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비공개회의에서 베트남 생산 규모 축소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혼다 측은 공장 폐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지 계획이 발표된 7월 이후 혼다의 베트남 판매량은 급감했다. 8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22%나 폭락했고 8월과 9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최근 전기차 전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혼다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오토바이 사업에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반면, 베트남의 토종 전기차 업체인 빈패스트(VinFast)는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빈패스트의 전기 오토바이 및 전기 자전거 판매량은 올해 2분기에만 1분기 대비 55% 급증한 7만 대를 기록했고 금지 조치 시행 이후 판매량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대기오염 해결이라는 환경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이자 핵심 산업 파트너인 일본의 강력한 반발이라는 외교적·경제적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찐 총리는 지난 8월 일본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배출가스 감축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글로벌 이슈"라며 "적절한 로드맵과 함께 최적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다소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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