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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무대 ‘원팀’ 외쳤지만… 국내선 ‘규제족쇄’ 발 묶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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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10. 20. 17:53

[파이팅! K-기업]
與, 노봉법·상법개정 등 반기업 입법
對美협상 포상대신 정치권 규제 부담
"경영 위축"… 산업계 생존위기 호소
정부, 규제완화 등 親기업 전환 조짐
우리 기업들은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원팀이 돼 '마스가(MASGA)' 등으로 핵심적 역할을 맡았음에도 오히려 국내에선 포상(褒賞) 대신 '정치적 청구서'를 떠안은 상황이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시기에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경쟁하기 위해 입법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작 정치권에선 노란봉투법, 상법개정 등으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산업현장에선 정치권의 입법 방향이 기업들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민생경기에 한파를 불러올 것이란 경종이 울리고 있다. 반기업 기조를 거둬들이지 않고선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구호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反기업' 줄줄이 입법…"기업 초일류 가는데 정치가 발목"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계에선 반기업 입법과 과도한 규제, 세금 정책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생태계와 경제 체제를 모르는 정치가 '표'만 보면서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지금 기업들이 초일류로 나아가려는데, 정작 정치가 산업을 살리는 법안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석 달간 과반 의석수를 앞세워 산업계가 우려한 반기업 입법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이른바 '더 센 상법'인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자사주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개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미 매듭지은 2차 개정안에도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산업계가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계에선 "주주들의 줄소송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재고를 읍소했으나 민주당은 '표심'을 명분으로 밀어붙였다.

국회 앞에선 경제·산업계의 호소가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산업 현장을 뛰어야 할 주요 경제계는 여의도를 찾아와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며 보완입법을 읍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제 6단체가 동시에 여야를 찾아와 입법 재고를 요청하는 이례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그만큼 기업들이 반시장 입법에 생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목소리는 '생존투쟁'에 가까웠다. 한국에 진출한 800여 개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여야 지도부와 만나 "노란봉투법이 노동유연성을 제한하고 한국이 가진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허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李정부 親기업 돌아설까…"국감 기업인 증인도 최소화"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서도 반시장 입법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노란봉투법에 따른 산업 현장 우려에 대해 "(법안 시행일인) 내년 3월 10일까지 우려가 없도록 신속하게 가이드라인이나 필요한 시행령 개정을 하겠다"고 했고, 보완 입법 요구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현장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법 시행 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기조가 서서히 친기업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관세협상이 여전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원팀'을 이뤄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세담판을 벌이기에 앞서 경제계 인사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불필요한 규제 완화, 민간 주도 성장 등을 언급하면서 실용주의를 부각하고 있다. 최근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선 "한국에서 기업 경영하다가 잘못하면 감옥 가는 수가 있어서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며 재도 개선을 주문했다.

기업인을 불러 '호통쇼'를 벌이던 국감장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감 경제인 증인' 명단을 보고받고 "경제 여건이 어렵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를 앞두고 있는데 기업인을 이렇게 많이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도 "국감에서 기업인에 대한 증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역대 최고 수준인 기업인 증인 채택을 잇달아 철회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정부·여당은 파업 천국을 만들 노란봉투법과 대주주의 지위를 흔드는 더 센 상법개정 등을 이행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 외환의 파고가 매우 거센데, 이런 상황이라면 대내적이라도 기업 살리기에 진력해 외환의 파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반기업정책을 몰아붙일 때가 아니라 오히려 친기업정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향적 대책을 우선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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