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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볼더·스피드, 한국의 벽을 넘다... 제106회 전국체전 스포츠클라이밍 3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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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0. 20. 08:17

서채현 3년 연속 2관왕·신은철 5.08초 신기록·이도현 리드·볼더 석권
부산 산악경기장에서 확인된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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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 선수 경기 장면. / 사진 대한산악연맹
리드벽 정상에 매달린 손끝이 마지막 홀드를 움켜쥐는 순간, 부산 산악경기장의 공기가 멈췄다. 서채현(서울특별시청·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이 완등 라인을 찍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 전국체전 연속 2관왕, 세 해의 시간과 한 종목의 흐름을 이어온 장면이었다. 이제 '스포츠클라이밍'은 더 이상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전국체전의 클라이밍 벽은 선배 선수들의 노력 위에 세워졌고, 그 위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또 다른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산악(스포츠클라이밍) 종목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부산 산악경기장에서 치러졌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산악연맹과 부산광역시산악연맹이 공동 주관한 이번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했으며, 노스페이스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남녀 볼더, 리드, 스피드 3개 종목에서 전국 각지의 선수들이 출전해 기술과 정신력을 겨뤘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리드·볼더 부문에서 3년 연속 2관왕을 차지한 서채현, 남자부 리드·볼더 2관왕을 차지한 이도현(서울시청·블랙야크), 그리고 스피드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신은철(더쉴·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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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일반부 볼더 시상식 장면. 1위 서채현, 2위 노희주, 3위 서예주. / 사진 대한산악연맹
서채현은 단순히 '국내 최강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선수다. 2003년생인 그는 2019년 IFSC(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월드컵 리드 부문 종합 우승으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입증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하며 세계의 무대에 섰고, 현재까지 국내 대회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전국체전에서도 그는 리드(Lead)와 볼더(Boulder) 두 종목에서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며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다. 리드 결승에서는 마지막 구간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완등에 성공했고, 볼더 결승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확정했다. 세 해 연속 두 종목을 모두 제패한 그의 결과는 꾸준한 실력의 증명이었다. 경기 내내 흔들림 없는 태도로 벽을 마주한 서채현의 모습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성숙한 수준을 보여줬다.

서채현은 이번 대회에서도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리드와 볼더 두 종목을 모두 석권하며 국내 정상급 선수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세계무대에서 쌓은 경험이 국내 무대에서도 꾸준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소속팀인 서울특별시청과 노스페이스의 체계적인 지원 아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훈련 환경과 전문적인 지원 속에서 그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신은철이었다. 그는 스피드(Speed) 1·2위전에서 5.08초를 기록하며 국내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한국 남자 스피드 종목의 최고 기록으로,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꾸준한 훈련과 체계적인 지원 속에서 신은철은 한국 스피드 클라이밍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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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일반부 스피드 시상식 장면. 1위 신은철, 2위 김동준, 3위 강민수. / 사진 대한산악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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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일반부 리드 시상식 장면. 1위 이도현, 2위 노현승, 3위 권기범. / 사진 대한산악연맹
신은철의 5.08초 기록은 국내 스피드 클라이밍의 기술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스피드 종목은 국제연맹(IFSC)이 지정한 15m 표준 루트를 오르는 경기로, 0.01초 단위로 승부가 갈린다. 근력과 순발력, 정확한 스타트 타이밍이 모두 요구되는 만큼, 선수들의 집중력과 훈련 완성도가 경기 결과를 좌우한다. 소속팀인 더쉴·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의 꾸준한 지원 속에서 신은철은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5.08초의 기록으로 국내 신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이 기록은 한국 남자 스피드 클라이밍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스피드 종목은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독립 종목으로 운영되었으며, 이번 기록은 향후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 평가에도 의미 있는 지표로 남았다.

남자부에서는 또 다른 이름이 주목받았다. 이도현(서울시청·블랙야크)이 리드와 볼더에서 모두 우승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서채현이 '지속된 정상'을 상징한다면, 이도현은 새로운 우승자로 떠오르며 대회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도현은 이번 대회에서 리드와 볼더 두 종목을 모두 제패했다. 리드 결승에서는 부산신정고등학교의 노현승이 2위를 기록했고, 볼더 종목에서도 안정된 경기력을 이어가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성과로 그는 국내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으며, 향후 국제무대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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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 선수 경기 장면. / 사진 대한산악연맹
이번 대회에서는 다양한 소속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남자부에서는 부산신정고등학교의 노현승이, 여자부에서는 서예주(서종국클라이밍센터)와 한스란(월출마당산악회)이 입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도별 종합 순위에서는 서울특별시산악연맹이 1위를 차지했으며,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가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 다양한 선수들이 입상하며 종목의 기반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비교적 최근에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전국 각지에 전용 시설이 확충되며 종목의 기반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올해 대회가 열린 부산 산악경기장은 국제 규격에 맞춰 조성된 시설로, 리드·볼더·스피드 전 종목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대회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대회는 결과적으로 세 가지 성과로 요약된다. 서채현의 3연속 2관왕, 신은철의 5.08초 신기록, 그리고 이도현의 리드·볼더 석권이다. 세 선수는 각기 다른 종목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저력을 입증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이제 산악인의 여가를 넘어, 세대와 산업, 도시와 문화를 잇는 종합적 스포츠로 성장하고 있다. 전국체전의 인공벽은 단순한 경기 시설이 아니라, 한국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리드벽 정상에서 서채현이 잡은 마지막 홀드는 한 경기의 결승점이자,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이 쌓아온 시간 위에 세워진 또 하나의 출발점이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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