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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선불’ 요구, 냉정한 협상기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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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19. 18:03

김영한 성대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25%의 상호관세를 모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후 우여곡절을 겪은 협상 끝에 7월 30일, 15%로 인하하겠다는 협상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이러한 상호관세율 인하는 한국정부가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투자 금액을 현금으로 선납(upfront cash)하는 조건에 합의할 경우 이루어질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러한 요구의 배경은, 일본이 이미 미국과의 협상에서 5500억 달러를 미국 투자 명목으로 현금으로 선불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한국도 동일한 조건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달 말 예정인 APEC정상회담 이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설령 서둘러 관세협상이 타결되는 모양새를 갖추더라도, 한미 방위비 협상 등 앞으로 산재한 협상의제에서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런 막무가내식 트럼프 협상전략의 실체를 파악하고, 관세협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제반 협상의제들도 고려한 포괄적이고도 체계적인 협상전략의 도출이 시급한 시점이다.

트럼프 협상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정상외교를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대외협상을 본인의 정치적 입지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협상과정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이익에만 부합할 경우,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트럼프는 일본이 투자대금을 현금으로 선불지급한다고 하였으나, 정작 일본 정부의 발표내용에 의하면, 대미 투자금 5500억 달러는 대부분 대출과 보증방식이고, 현금출자는 2% 미만에 그치며, 그 시기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집행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서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배경으로는, 한미혈맹이라는 전통적인 동맹관이 여전히 한국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핵우산 및 안보보장체계 아래서 근본적인 협상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정부의 지정학적인 특성을 거래적 협상전략을 통해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동맹논리와 또 안보협력 관계까지 모두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거래수단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와의 협상전략은 기존 전략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먼저 트럼프가 요구하고 있는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0%를 상회하며, 이를 트럼프 요구대로 현금 선금으로 지불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한국경제의 유동성 위기와 신용위기는 미국경제에도 부정적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면한 협상과제는 투자형태를 '선불 현금형태의 지불'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다양한 공동투자 형태를 갖추는 것이 오히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임을 설득하는 것이다. 즉 한국이 단순한 현금지급기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투자와 공동개발을 통한 중장기적인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포괄적 투자협력 청사진을, 미국 조선산업 부흥과 알래스카 LNG 사업에 더해서 수소·암모니아·항만 전력망·그린 인프라를 묶은 에너지 공동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과의 관세 및 투자 세부조항에 대한 최종 협상타결이 지연되면서, 과도기적으로 EU 및 일본의 자동차 및 부품에는 1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한국제품에 대해서만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이 초래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긴급조치들도 필요하다. 당장 상대적으로 불리한 관세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필두로, 차별적 관세조치에 의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관세액 차이만큼을 보전하여 미국 내 시장점유율의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들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관세 및 투자세부조항 이외에도, 현재 미국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고 또 목전에 두고 있는 의제들로는 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비자 문제와 방위비 협상 등 수두룩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였듯이, 트럼프가 핵우산 및 안보협력구조까지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협상의제에서 한국은 협상력의 절대열위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타결 지연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과도기적인 피해를 보전해 줄 수 있는 조치들이 선행될 경우, 이런 제반 협상의제들을 연계한 포괄적 협상전략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였듯이, 트럼프는 정상외교도, 무역협상도 언론 생중계 등을 통해서 미국 내에서의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굳히는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만큼, 외관상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로 보일 수 있게 포장을 해주면서, 우리의 실리를 지킬 수 있는 포괄적 연계협상전략이 장사꾼으로서의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윈윈할 수 있는 접근이다. 즉 트럼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한국의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 소개〉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미국 인디애나대학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국제경제학, 산업정책, 국제분업구조를 전공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한국외대 조교수, 한국국제통상포럼 위원장, 국제통상조약체결 민간자문위원장,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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