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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감시라는 본질은 실종되고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쇼츠용' 장면만 남는 모양새다. 이번 역시 '알맹이 없는 국감'의 재탕이라는 체념 섞인 한탄이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 조롱과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본질적 질문에 도움이 안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감의 모든 장면이 정쟁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었다. 스포트라이트가 비껴간 곳에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 등에 대해 "관여하지 않아 모른다"고 답하자 여야 의원들은 한 팀처럼 '먹튀 경영'이라며 책임을 추궁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SPC 그룹의 잇따른 안전사고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의 안전 앞에 여야 구분은 없었다.
지역의 발전이 걸린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방위에서는 네이버의 뉴스 제휴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 소멸'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여야에서 모두 나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이 정작 농가 소득 증대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유통 대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공통으로 제기됐다.
이는 국회가 정쟁만 일삼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과 국민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 하에 필리버스터로 멈춰 섰던 국회가 70여 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기로 전격 합의했다. 70여 개 법안에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소상공인 보호법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 다수 포함됐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기업인 증인 소환을 최소화하자"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실용적 제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 국감을 위한 자원을 '기업 때리기'라는 반복된 소모 행태에서 벗어나 산적한 민생 해결에 집중하자는 제안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에서 정쟁을 넘어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여당이 '실용 정부'의 기조에 맞춰 '민생 감사'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야당도 정쟁을 통한 쉬운 강성 어필의 유혹을 끊고 민생을 위한 길로 보여줘야 한다. 그제야 국민은 국회가 변했다고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