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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로이터에 따르면 ICC 재판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된 결정문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 계속 구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그가 "인지 장애를 앓고 있어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고령과 건강 문제로 인해 도주하거나 ICC의 조사를 방해할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임시 석방을 강력하게 요청해왔다.
하지만 ICC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두테르테의 재판 출석을 보장하고,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구금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두테르테 측이 주장하는 의학적 상태가 그가 석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도주 및 증거 인멸 등의) 위험을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결정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재판 자체를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임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고인의 재판 전 석방 여부에 대한 결정과, 피고인이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능력(재판 적격성)에 대한 판단은 사실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별개의 문제"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는 향후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인지 장애'가 사실로 인정될 경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재판 자체를 받지 않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하는 셈이다. 하지만 로이터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피고인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재판 부적격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201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마약 복용·판매 용의자가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사살할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 과정에서 약 6000~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인권단체와 국제사회는 약 2만~3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반인도적 범죄로서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으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43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형사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인터폴을 통해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현 대통령이 협조하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ICC로 압송됐다. 그는 자신의 체포가 '불법적인 납치'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