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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따라 은행도 미국으로… 700조 對美 투자 수혜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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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8. 27. 17:58

정부·산업계 대규모 투자에 영업 확대
하나·우리銀 등 현지 신규 지점 개설
美법인 실적 호조… 기업 금융수요 늘어
미국 진출 기업 대응 경쟁력 확보 집중
시장확장 통한 글로벌 금융사 도약 기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영토를 확장했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선진 금융시장인 미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미 상호관세 타결로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다, 정부와 산업계가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를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 시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미국 내 신규 지점을 설립하거나 자본력을 확충하는 등 영업 확대 준비에 나섰다. 특히 기존 주요 거점이었던 미국 동부를 넘어, 국내 기업 투자가 활발한 미국 서부와 남부 지역으로 진출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법인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이러한 상승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간다는 목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미국법인 하나뱅크 USA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개설했다. 하나금융그룹이 미국에서 신규 채널을 구축한 것은 2003년 이후 22년 만이다. 하나뱅크 USA는 현지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약정으로 지점 개설이 제한됐으나, 지난 5월 약정 해제로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다. 하나은행은 LA 지점을 미국 서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우리은행의 미국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도 지난 15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에 지점을 열었다. 오스틴 지점은 우리아메리카은행의 미국 남부 세 번째 거점이다. 미국 남부는 삼성전자, 현대차,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지역으로, 기업금융 수요가 높다. 신한은행은 미국 법인 정상화를 마무리하고 영업 확대에 나선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기반으로 대출 자산을 늘리고 건전성 관리를 강화한다. 국민은행은 별도 미국법인은 없지만, 뉴욕지점을 중심으로 미국 내 CIB(기업투자) 사업과 한국계 기업 대상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미국법인 실적도 개선세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2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우리은행의 새로운 '효자 법인'으로 부상했다. 하나은행의 미국 법인 3곳(뉴욕파이낸셜·로스앤젤레스파이낸셜·뱅코프)도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2억원 적자를 냈던 신한아메리카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1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달성했다.

그간 시중은행의 해외 사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이 주무대였다. 성장성이 높고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 금융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로 수출기업 비중이 높은 동남아 국가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19~20%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적용된 상태다.

이에 은행들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낮고, 정부와 산업계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한·미 상호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3500억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인 펀드 조성과 투자 방식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또한 이달 28일 주요 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를 소집해 미국 상호관세 및 대미투자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여기에 국내 산업계도 정부 투자 펀드와 별개로 150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의 미국 직접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한·미 관계를 '기술동맹'으로 재정립한 만큼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및 투자 활동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한인 대상 리테일 금융을 넘어, 기업금융·외환·현지 규제·리스크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 은행은 현지 법인의 역량을 강화해 수요 확대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기업 펌뱅킹 연계 서비스를 고도화해 미국 진출 기업의 여·수신 통합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현지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 하나은행은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 지원은 물론 미국계 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미국 시장 확장이 단순한 수익 확대를 넘어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선진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IB(투자은행) 딜을 수행하면 글로벌 마켓의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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