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문 예술감독 기획, 민요 중심 16개 공연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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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예술을 기이하면서도 흥미롭게 뒤틀고 해체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발굴해온 소리꾼 이희문은 이번 축제에서 민요를 '요상한 나라'의 언어로 다시 짓는다. 그는 올해 여우락을 "국립극장이 전체적으로 변신하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설계했다. 개막작 '요상한 민요 나라 히무니'는 그 출발점이자 선언이 된다. 7월 4일과 5일, 하늘극장에서 선보이는 이 공연은 이희문 특유의 시각으로 민요를 환상적인 체험으로 전환한다. "이상한 나라의 히무니"라는 별명처럼, 무대는 익숙하고도 낯선 민요의 얼굴을 관객에게 내민다.
◇ 최백호와 박승원이 만나는 '청춘가'부터, '팔도민요대전'의 대미까지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총 12개 작품, 16회 공연으로 구성됐다. 공연은 국립극장 하늘극장과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며, 각기 다른 장르와 세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가수 최백호와 타악 연주자 박승원(공명)의 협연 '청춘가'는 7월 6일 무대에 오른다. 1970~80년대 감성과 민요적 리듬이 절묘하게 맞닿은 이 공연은 중후한 음성과 타악의 생동감이 만나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자아낸다.
이어 7월 9일과 10일에는 디바 인순이와 서도민요 명창 유지숙이 만나 사랑과 생의 서사를 풀어내는 '두 사랑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예술가의 협업은 민요가 지닌 보편적 서정성과 대중음악의 감성적 에너지를 잇는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과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의 '모드(MODES)'는 7월 17일과 18일 이틀간 공연된다. 재즈와 전통 선율이 만나 만들어내는 즉흥성과 긴장을 무대 위에 펼친다. 같은 날에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급 명창 이춘희, 김수연, 김광숙의 '구전심수'도 공연된다.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새기는 소리, 그 깊이와 무게는 축제의 중심을 단단히 붙든다.
젊은 소리꾼 고금성과 남성 국악 앙상블 고만고만이 참여하는 '남자라는 이유로'는 7월 20일 공연되며, 민요의 남성성이라는 테마를 통해 드물게 조명된 '남자 소리꾼'의 서사를 다룬다. 전통에서 종종 주변부에 놓였던 남성 민요가 이번 무대를 통해 중심으로 나선다.
마지막을 장식할 폐막작은 7월 26일 선보이는 '팔도민요대전'이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9팀의 젊은 뮤지션들이 팔도 민요를 현대 음악으로 풀어낸 이 경연무대는 전통의 유산을 미래의 감각으로 계승하는 여우락의 정신을 가장 극적으로 구현한다.
◇ 연금술사와 마법사, 그리고 수호자…무대 위의 세 가지 정체성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의 독창적 구성은 이희문 감독이 고안한 '정체성 분류'에도 잘 나타난다. 그는 참여 예술가들에게 각기 '수호자', '연금술사', '마법사'라는 역할을 부여했다.
민요를 원형 그대로 전하는 수호자들은 전통의 뿌리를 지킨다. 이춘희, 김광숙, 김수연 등 원로 명창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서로 다른 장르를 융합하며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연금술사들은 장르 간 협업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디밴드와 국악인의 협업, 국악과 현대무용의 결합 등이 이에 속한다.
가장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마법사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완전히 해체하며, 민요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한다. 이희문 본인의 공연이나 까데호와 정은혜의 협업 무대인 '사우스바운드'는 7월 13일 관객과 만난다. 이처럼 여우락은 더 이상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다. 하나의 기획 세계관 아래 구성된 이야기이자 탐험이고, 관객은 이 세계에 초대된 여행자다.
◇ '젊은 국악'을 향한 실험, 국립극장의 야심
여우락 페스티벌은 2010년, 전통과 실험을 동시에 껴안기 위한 국립극장의 시도로 시작됐다. 국립극장 고유의 인프라와 안정적 제작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젊은 국악인과 장르 아티스트들을 과감히 무대에 올리는 기획은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이후 여우락은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해외 무대와의 교류, 젊은 관객 유입 등을 통해 매년 평균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성장해왔다.
이번 페스티벌에도 약 2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하며, 국립극장이 운영하는 하늘극장과 달오름극장에서 전 공연이 진행된다. 공연은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열린다. 예매는 국립극장 홈페이지 및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 "재미있지 않으면 축제가 아니다"
이희문 예술감독은 올해 여우락을 기획하며 "재미있지 않으면 축제가 아니다"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전통을 지키는 방식이 단지 형식을 따르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현재화'하는 시도에 있다고 말한다. 여우락이 전통의 정체성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매해 달라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25 여우락 페스티벌은 민요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깊은 음악 형식으로부터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질문한다. 지금, 이 시대에 민요는 어떻게 다시 우리 곁에 올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무대 위에서 펼쳐질 '요상한 민요 나라' 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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