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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상 되찾고 싶다”…중장년 구직자들의 간절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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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기자 | 임유진 인턴 기자

승인 : 2025. 07. 03. 11:10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개최
변화하는 채용 환경 속, 중장년의 새로운 도전
기업, 절실함·책임감·성실함 갖춘 중장년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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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아시아투데이 박아람 기자·임유진 인턴 기자 = "같은 일만 수십 년 하다가 막상 일을 놓고 보니,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더라고요. 여기서 적성도 찾고, 일자리까지 구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3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는 서현철씨(58)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2025'에서 채용 게시판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같이 말했다. 서씨는 "퇴직하고 생활 패턴이 무너지는 게 가장 싫었다"며 "하루빨리 일을 시작해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은 오전 10시 공식 시간 전부터 취업 의지를 품은 중장년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단정한 차림의 구직자들은 입구에 비치된 채용 게시판 앞에 몰려 일자리를 살펴보거나,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행사장을 분주히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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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상담 대기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디지털' 품은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지난 1~2일 DDP에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2025'를 개최했으며, 이틀간 5000여 명이 방문했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박람회는 중장년층이 변화하는 채용 환경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 행사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현장 입장은 문자로 받은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진행됐다. 면접 신청과 대기 현황은 스마트폰 '모바일 헬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 정보는 키오스크와 모바일 화면으로 제공됐으며, 곳곳에 배치된 안내 인력이 처음 방문한 이들도 어렵지 않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행사장 한편에는 지게차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직무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스마트 직업훈련 플랫폼 STEP과 연계된 이 체험은 지게차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구직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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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지게차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광진구에서 온 김소희씨(53)는 "지난해 12월 퇴직 후 구직 활동을 이어왔다"며 "요즘은 키오스크나 QR코드가 워낙 보편화되어 있다 보니 디지털 기반 행사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아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권유로 성남에서 왔다는 김세윤씨(42)는 "원래는 웹디자이너로 활동했는데 업종을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설명회뿐만 아니라 상담도 받아보며 어떤 일에 적성이 맞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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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이력서 사진을 촬영하고, AI 면접 체험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현장 컨설팅부터 AI 면접까지…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행사장은 △채용관 △정보지원관 △실전체험관 △내일설계관으로 구성됐다. 올해 새롭게 조성된 실전체험관에서는 중장년층을 위한 이미지 컨설팅, AI 면접 체험, 이력서 사진 촬영 등이 진행됐다. 이미지 컨설팅 부스에서는 참여자들이 거울 앞에서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으며 자신의 인상을 꼼꼼히 살폈고, AI 면접 부스에선 다소 긴장한 얼굴로 화면을 응시하며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이력서 사진 촬영 부스에서는 어색한 미소 속에서도 다가올 새출발을 준비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AI 면접 체험을 마친 한상열씨(56)는 "실제 면접장과 유사한 분위기라 몰입감이 있었다"며 "조작도 어렵지 않았고 50~60대도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이 쉽지 않지만 계속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설렌다"고 덧붙였다.

내일설계관에서는 전문 컨설턴트와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자기 탐색, 이력서 첨삭, 면접 전략 등 체계적인 안내가 이뤄졌다. 상담을 마친 유연강씨(51)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실질적인 정보와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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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기업, 절실함·책임감·성실함 갖춘 중장년에 주목
올해 박람회에는 120개 기업이 참여해 지난해(71개사)보다 약 69% 늘었다. 특히 고학력·고경력자를 위한 헤드헌팅존, 단기·유연 근무 중심의 긱워커존이 운영돼 상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참여 기업들은 중장년층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태도와 소통 능력, 실무 경험을 꼽았다. 특히 중장년층의 절실함과 책임감, 성실한 근무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관계자는 "2030세대보다 중장년층이 고객을 더 정서적으로 세심히 배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장년층 구직자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기능식품 업체 그린스토어 관계자도 "절실함과 의지만 있다면 50~60대 구직자도 적극 채용하고 싶다"며 "약국으로 파견을 나가는 근무 특성상 노년층 고객을 자주 응대하는데, 아이를 키운 경험과 고객 응대 능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실제 현장에서 더욱 능동적이고 친절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절실함이 있는 분이라면 나이나 배경보다 열의와 태도를 우선 평가한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의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근속률이 높고 책임감이 강해 물류 현장에 꼭 필요한 인재"라며 "나이 때문에 젊은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는 입사 초기 교육과 일대일 안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적응할 수 있다. 오히려 성실하게 일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재단은 다음 달부터 서부·중부·북부·동부 권역별 채용박람회를 순차적으로 열고, 지역 접근성과 구직 기회를 동시에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중부·동부권역 채용박람회는 다음 달 20일과 26일, 북부·서부권역 채용박람회는 9월 9일과 18일 각각 개최된다. 오는 9월 23일 '서울시 중장년 2차 정책포럼'을 열고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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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박아람 기자
임유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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