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와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에 한 대표 측은 "한 대표 자신이 쓴 글이 아니다"라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윤계는 "한 대표 가족이 쓴 글로 의심된다"며 경찰 수사 전에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몇 개월 동안 900여개 이상 올라온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는데 수습은커녕 되레 당내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은 혀를 차게 만든다. 한 대표 본인과 부인, 모친, 딸, 장인과 장모의 이름으로 글이 올라왔다. 한 예로 "보수 정권 역사상 이런 미친 영부인이 있나", "건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놔야 돼" (이상 한 대표 명의), "김건희가 대통령이고 윤석열은 아바타지? 둘 다 탈당해라" (모친 성명과 동일한 허 모씨) 등이다. 진 모씨 (아내 이름과 동일)는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일간지 칼럼 제목을 게시판에 올렸다. 제정신이라면 당원 게시판에 이런 비방 글을 올릴 수 없을 것이다.
의혹을 풀어야 할 사람은 가족 이름이 등장한 한 대표다. 하지만 한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에)건건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변화와 쇄신, 민생을 약속대로 실천할 마지막 기회"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글 작성자가 가족이 아니라고 밝히면 된다는 지적엔 "그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한 유튜버의 폭로로 불거졌는데 본지 취재 결과 4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첫째 한 대표가 직접 글을 작성한 경우, 둘째는 친정과 시댁 양가를 다 잇는 부인이 올린 것으로 본다. 셋째는 제3자의 소행으로, 마지막으로 게시판이 해킹을 당한 경우인데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한 대표가 작성자 색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대표는 당내 작은 일이 생겨도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적극적 대응을 해왔는데 게시판 사건에 대해선 의외로 미온적이란 지적이다.
이번 사태는 법 이전에 정치 신뢰의 문제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신속하게 수습하지 않으면 한 대표의 지도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국민의힘 내부의 계파 갈등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야당의 특검과 탄핵 총공세에 맞아야 하는 시점에 이런 잠재적 폭발성이 큰일이 터졌으면 한 대표가 책임감 있게 풀어야 한다.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본인과 가족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에, 논란 뒤에 숨어 일을 키우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혹 해소에 책임 있게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