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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방사청장 기업 총수 줄세우기에 ‘대통령 흉내내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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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4. 05. 24. 06:00

전례없는 그룹 오너 면담 추진에 업계 부글부글
지환혁 사진
사회1부 지환혁 차장
순항하는 K-방산을 등에 업은 방산업계 '슈퍼 갑' 방위사업청의 위세가 새삼 놀랍다. 방산기업을 계열사로 둔 그룹 오너들을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잇따라 만나기로 하면서 '대통령 흉내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 청장은 다음 주 방산기업을 계열사로 거느린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 LIG넥스원 구본상 회장, HD현대그룹 정기선 부회장과 잇따라 만난다. 역대 방사청장은 통상 취임 후 방산기업 대표와 개별 면담을 해왔지만, 석 청장은 이례적으로 그룹 오너와 면담을 한다.

전례 없는 그룹 총수 호출 주문에 기업들은 당황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들은 갑(甲)중의 갑인 방사청의 요구에 전전긍긍하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건조사업 입찰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거느린 두 그룹 총수를 잇따라 만나는 의도에 대해 업계에선 말들이 많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항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방사청은 지난 2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 의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이 KDDX 건조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방사청은 획득사업의 투명성, 효율성, 전문성의 획기적인 강화를 위해 방위력개선 사업의 수행, 군수품 조달, 방위산업 육성과 관련된 업무를 소관하는 획득전문 중앙행정기관으로 출범했다. 방사청 출범에 따라 방위력 개선 사업 등은 모두 경쟁입찰로 추진된다. 국가계약법 7조에 따르면 국가를 상대자로 체결하는 계약에 관해서는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함정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해 방위사업관리규정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계속하여 상세설계를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방사청이 내리도록 돼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방사청장이 그룹 총수들에게 '조아려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애시 당초 KDDX 사업 벌점 완화 논란 등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방사청이 원죄에 대한 반성도 없이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이 같은 분쟁을 유발한 방사청이 기업 총수들을 불러놓고 훈계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또 그룹 총수들을 대기시켜 놓고 언론에 사전 공개한 것도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선 "총수들 줄 세워 논 전시성 행사에 방사청장의 중재 의지가 실제 있느냐"고 했다. 두 업체로 고위급 관료들이 연쇄 이동하면서 정부의 관여 논란까지 발생하자 이번 면담은 논란의 조기 진화를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석 청장의 이번 면담에 어떤 논제가 오고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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