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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뮤지컬계 고질병 ‘겹치기 출연’ 피해는 관객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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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2. 26. 11:44

전혜원
전혜원 문화부 부장
요즘 뮤지컬계는 멀티캐스트가 대부분이다. 2~3명 정도였던 멀티캐스트가 4~5명까지 늘어난 지가 꽤 됐다. 이렇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생긴 배우들이 다른 공연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배우 최재림이 겹치기 출연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그는 한 달간 세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 대구 공연의 주인공을 맡은 동시에 2인극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연습까지 참여한 것이다.

최재림 뿐만이 아니다. 마이클 리, 이지혜, 박지연, 윤소호, 김경수 등 다수의 배우들이 겹치기 출연을 했거나, 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관객 몫이라는 것이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VIP 기준 현재 최고가 19만원까지 책정돼 있다. 고가의 티켓을 구입한 관객 입장에서 배우가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뮤지컬 업계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겹치기 출연을 부추기는 원인은 스타 배우를 캐스팅해 단기간에 수익을 올려야 하는 뮤지컬 제작사의 수익구조다. 이는 어느 개인이나 제작사의 문제가 아닌, 뮤지컬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겹치기 출연 문제는 결국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의 단기 공연 시스템을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처럼 장기 공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새로운 스타 발굴도 필요하다. 기존의 유명 배우들만 앞세우지 말고 실력을 갖춘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내고 키워야 한다. 아울러 안정적인 제작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세제 혜택이 밑받침이 돼야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배우 스스로도 롱런하기 위해서는 겹치기 출연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하다 보면 공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고, 성대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도 있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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