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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때문에…” 멋대로 ‘국가 유적지’ 칠해버린 베트남 제작진 여론에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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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1. 11. 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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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엉럼
베트남 국가 역사문화 기념물로 지정된 드엉럼 마을의 몽 푸 사원 앞 우물의 원래 모습(왼쪽)과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진이 허가없이 칠한 후의 모습(오른쪽)./사진=뚜오이쩨·페이스북 캡쳐 갈무리
베트남에서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국가 역사문화 유적지로 지정된 마을의 고대 우물을 멋대로 칠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린 ‘고대 유물’에 전통을 지키며 살던 마을 주민들이 크게 분노했다. 제작진은 ‘복원’을 약속했지만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9일 뚜오이쩨는 베트남 고대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드엉럼 마을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사건의 발달은 며칠 전 뗏(음력설) 코미디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마을을 찾은 제작진이 지난 7일 멋대로 마을의 우물을 색칠해 버렸기 때문이다. 마을 촌장과 주민들은 촬영은 허가했지만 “제작진이 마음대로 옛 우물을 멋대로 칠해버려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외곽인 썬떠이에 위치한 드엉럼 마을은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로 꼽힌다. 베트남 고대 가옥과 마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이 곳은 지난 2006년 베트남 정부가 ‘국가 역사·문화 유적지’로 지정했다. 마을에는 100여채가 넘는 고대 가옥들이 있고 300~4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가옥들도 30~40여채가 있다. 특히 마을 회관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몽 푸 사원은 19세기 초 건축양식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가 된 것은 몽 푸 사원 앞 오래된 우물이다. 프로그램을 촬영하던 제작진이 마을 측과 상의 없이 프로그램 장면에 어울리도록 멋대로 우물을 색칠해버린 것이다. 하노이 국가대학교 역사학과의 한 교수는 제작진이 색칠한 해당 우물 사진을 본 후 아시아투데이에 “몽 푸 사원은 용의 머리에 비견된다. 사원의 양 옆에 하나씩 있는 우물들은 용의 눈인 셈”이라며 “이런 우물을 멋대로 우스꽝스럽게 칠했으니 마을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검토 후 처리하겠지만 마을 전체가 나라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인데 그 안의 우물을 이런 식으로 훼손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처벌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도 크게 분노했다. 한 주민은 현지 매체에 “우물은 마을의 귀중한 유산일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삶에 있어서도 신성한 공간으로 간주돼 온 곳”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마을에 사는 우리들은 모래를 조금 옮기는 것도 당국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중요한 국가의 문화유산지역인데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변형할 수 있는 것이냐”고도 했다. 사건과 함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자 비판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전날 사과와 함께 급히 우물을 원상복귀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마을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우물의 칠을 닦는 작업에 나섰다. 9일 현재 해당 우물의 페인트칠은 벗겨졌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색이 바래고 이끼가 낀 붉은 빛 우물의 원래 모습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마을 측은 “이번 사건은 드엉럼 마을의 유물 보존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후 해당 사건의 처리를 위해 당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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