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감염·사망자 수의 시간 혜택 이용, 다른 나라 백신 의존"
CNN "미영, 초기 방역 실패, 백신 확보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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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17일(현지시간) 한국은 광범위한 검사로, 호주와 뉴질랜드는 봉쇄로, 일본은 마스크 착용과 격리로 재난을 막았지만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며 코로나19를 크게 억제한 이들 국가는 선진국 가운데 백신 접종이 가장 느린 나라에 속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과 사망자가 많았던 미국과 영국은 대상자의 50% 가까이가 1차 접종을 받았지만 호주와 한국은 인구의 3%, 일본과 뉴질랜드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지연은 어느 측면에서는 한국 등이 비교적 낮은 감염과 사망자 수가 주는 시간의 혜택을 이용하는 것이었고, 다른 나라에서 개발돼 제조되는 백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염성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전 세계적인 백신 출하 병목 상황에서 백신 접종 지연은 이들 국가의 비교적 성공적인 공중 보건 성공을 되돌릴 위험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NN방송은 아·태 지역 방역 모범국의 백신 지연이 완전히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미국·영국처럼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아 절박하지 않던 아태지역 국가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백신이 짧은 기간에 개발돼 예방 효과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은 외국의 접종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전염병·백신 전문가인 로버트 부이 교수는 NYT에 “코로나19 통제에서의 큰 성공이 매우 신속한 면역 클리닉을 수립하는 동기와 노력을 감소시켰다”며 미국·영국 등 사방에서 사람들이 사망하면 면역 필요성이 명백해진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전문가들이 영국과 미국이 사태 초기 방역에 실패하자 개발이 채 되지 않은 백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일종의 ‘도박’을 한 덕분에 지금 빠른 접종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국가의 방역 역량이 한계치에 내몰린 상황에서 백신을 유일한 희망으로 보고 확보에 ‘올인’했다는 것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빌 바우텔 공중보건 교수는 “영국과 미국은 자기들이 초래한 난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바우텔 교수는 “국민의 90%가 백신을 맞지 않은 나라에선 큰 피해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는데 대다수 주민이 백신을 맞지 않은 ‘섬’에 있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영국과 미국은 다른 나라에 앞서 백신에 크게 걸었고, 지금 전 세계는 백신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며 “백신 공급을 줄을 서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영국과 미국이 그 줄의 첫 차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