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환적, 대만 인근서...관여 인물 중 푸젠성 작은 마을 출신"
다이아몬드8호에 유조선 두척이 석유 환적...회사명·대표자·소유주 교체 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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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22일(현지시간) 공해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석유 밀수입에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기업 윈선그룹이 관여됐고, 석유 환적은 대만 인근 공해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에 관여한 인물들이 인구 2600명의 중국 푸젠(福建)성 작은 마을 출신으로 중학교 동문이라고 전했다.
NYT는 12명 이상으로 구성된 자사 영상탐사팀과 아시아주재 특파원 및 프로듀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수개월 동안 대북 석유 밀수출에 관여한 유조선들을 추적하고, 중국·대만·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서 관련 기업과 인물들을 취재했으며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에 대한 취재와 최신 보고서를 종합해 이같이 전했다.
NYT는 불가사의한 퇴역 선원·석유 무역상·기업의 미로 등이 하나가 된 이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석유가 북한에 유입되는 방법을 은폐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계속 저항하는 방식을 폭로한다고 밝혔다.
NYT 취재의 초점은 밀수입에 동원된 선박과 유조선 움직임과 그 소유 기업과 기업인이었다.
북한에 원유를 밀반입하는 역할은 ‘다이아몬드 8’호가 맡았다. 북한에 원유를 밀반입한 최대 규모 외국 선박이자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서 최소 3차례 대북 석유 밀수출을 한 것으로 적시된 선박이다. NYT는 이 선박이 2019년 말 이후 최소 4차례 북한에 석유를 밀수출하는 데 동원됐다고 전했다.
다이아몬드 8호에 석유를 환적한 유조선은 ‘슈퍼스타’와 ‘에버그랜저’였다. 이들 선박 소유와 운영은 푸젠성 출신의 기업인 토니 텅이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석유무역회사 윈선그룹과 윈선그룹의 대만 가오슝(高雄)의 사업체인 윈선해운 등 관련 기업이나 개인이 맡고 있었다.
선박의 소유와 운영 주체를 위장하기 위해 소유 등록 이전 및 판매, 대표자 교체 등을 단행했지만 NYT 취재 결과 토니 텅의 동향인 중국계 인물이나 그의 딸, 윈선그룹 직원 등 관련 인물이 여전히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이아몬드 8은 지난해 5월 대만에서 출발해 인근 공해(公海)에서 ‘슈퍼스타’로부터 석유를 옮겨 실은 사실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 선박은 이후 3주간 어떤 항구에도 들르지 않고 공해상에 머물다가 북쪽으로 향한 뒤 8일간 추적 신호를 끄고 사라졌다. NYT는 이 기간에 다이아몬드 8과 크기와 특징이 일치하는 선박을 북한 남포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최근에는 가짜 선박명을 송신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RUSI 분석 결과 이 선박은 지난해 가을 중국 푸젠성에서 ‘파샤4’라는 선박명으로 신호를 송출했으나, 진짜 파샤4는 당시 터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다이아몬드 8이 푸젠성에서 다음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 운영자들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가짜 선박명을 송출하는 새로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아몬드 8은 윈선해운이 2016년까지 직접 소유했으며, 이후 2018년까지 이 선박을 소유한 회사들의 주소는 모두 윈선해운 소유 사무실로 드러났다.
현재 소유주는 유조선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62세의 인도네시아인으로 140만달러의 선박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인물이었다. 현 소유주에게 다이아몬드 8을 판 인물과 현 소유주가 과거 일했던 유조선 회사 회장은 모두 토니 텅과 같은 푸젠성 시천 출신에 중학교 동창으로 확인됐다.
토니 텅의 딸로 윈선그룹의 후계자인 크리스털 텅은 NYT에 “윌슨그룹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거짓”이라며 “북한 또는 어떠한 제재 대상국에 부과된 제재를 위반하는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윈선해운은 NYT 취재 후 갑자기 회사명을 정위해운으로 바꾸고 대표자를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