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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래 책임질 수십조 투자, 김기남 부회장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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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승인 : 2021. 03.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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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이재용 사람들]①
40년 경력·삼성반도체 신화 주역·…이재용이 의지
"모든 상황 점검해 이 부회장 최종 결단 이끌 인물"
원칙·완벽주의…임직원들 사이 '깐깐한 교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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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되면서 삼성전자가 ‘총수부재’라는 위기에 다시금 직면했다. 사령탑 부재의 비상경영 시국에 반도체 슈퍼사이클, 미래먹거리 투자 결정 등은 오롯이 전문경영인의 몫이 됐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장기호황이 시작된 해로 투자의 골든 타임이다. 반도체·스마트폰·TV의 세계 1위를 이끈 김기남, 고동진, 김현석 등 삼성전자 전문경영인들의 어깨에 20~30년 후 삼성의 미래를 바꿀 결정이 달린 셈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이재용 부재 상황 속 리더십을 발휘할 삼성전자 전문 경영인의 면모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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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선미 기자 = “우리 김 부회장님께 여쭤봐 주세요.”

지난해 10월 14일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요한 장비 수급을 위해 유럽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출장이 잘 진행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기남 부회장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장비 수급을 위해 직접 유럽까지 날아간 이 부회장이지만 구체적인 사업의 내용은 김 부회장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의지한다는 느낌을 주는 발언이었다. 2018년 11월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회사를 대표해 90도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김 부회장의 모습은 사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전반을 총괄하는 책임자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삼성전자가 곧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도 평택 P3 라인 착공, 미국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증설 투자의 최종 결정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손에 달렸다. 각각 30조원, 19조원 투입이 예상되는 이번 투자는 오래전부터 이 부회장이 진행해 온 사안이다. 최종 결정 역시 옥중에 있는 이 부회장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막판까지 구체적인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조율해 이 부회장의 결단을 이끄는 것은 오롯이 김 부회장의 몫이다.

2017년 10월 말 권오현 전 회장으로부터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과 대표이사직을 물려받은 김 부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라인인 경기도 평택 P2 착공과 가동,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비전선포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3개월여 짧은 기간이지만 이 부회장 없는 삼성전자를 진두지휘한 경험도 있어 현 상황의 삼성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재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부회장이 복귀한 2018년과 올해 상황은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반도체 수요 폭증, 자율주행차 전기차 시대 대비를 위한 대규모 증설 결정 등이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올해가 김 부회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40년…도쿄선언부터 시스템반도체 2030까지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1981년 입사 이후 4년여를 제외한 37년을 오롯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몸담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으로 재직한 3년, 삼성디스플레이 출범 초기인 2013년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 안정을 이끈 1년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 반도체와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김 부회장이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한 1981년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한창 투자를 진행하던 시기다.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 후 약 10년간 성과를 내지 못하자,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은 1983년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하는가’라는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투자 공격행보에 나섰다.

김 부회장 입사 당시 조롱거리였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10년 이후 1992년 D램 세계 1위, 1993년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2002년 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 등극으로 성장가도를 달렸고 2005년 뒤늦게 시작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현재 세계 2위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김 부회장은 그야말로 삼성전자 반도체의 실패부터 성공까지 모두 겪은 산증인,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를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핵심 기술인재 ‘삼성 펠로우’…최연소 임원·최연소 사장 ‘신기록’
김 부회장은 40여 년 반도체 인생에 걸맞게 수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메가비트 D램 개발, 1기가비트 D램 개발 등에 기여했고 세 차례나 삼성그룹기술대상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3년 삼성이 핵심 기술인재에게만 부여하는 삼성 펠로우에 선정됐다.

1997년 39세로 임원에 승진해 최연소 임원에 오른 그는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으로 승진해 최연소 사장이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을 거쳐 2018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김 부회장 체제 반도체사업부는 2016년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1년 앞서 64단 3D낸드의 세계 최초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128단 낸드를 기반으로 하는 SSD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퀄컴에 의존했던 삼성전자가 자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를 개발하게 된 것도 김 부회장이 주도해 이룬 성과다. 메모리반도체에 치우쳤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사업 강화를 이끈 것도 김 부회장이다.

최연소 이사대우, 최연소 사장 승진 등의 기록을 세운 입지전적 인물인 만큼 김 부회장은 평소 원칙을 강조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교감선생님처럼 깐깐해 대표이사 재임 이후 권오현 회장 시절보다 사내 기강 단속이 촘촘해졌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 등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일부 직원들을 김 부회장이 직접 지적했다는 일화는 꽤 알려져 있다. 정해진 근무시간만 채우면 언제든 일할 수 있는 ‘워크 스마트’ 시행이 혹여 직원들의 느슨한 업무 태도를 불러올까 염려해 “근태를 잘 챙기자”라고 항상 강조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식사 중 대화 금지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스틴·평택 P3 투자결정 임박, 최시영·강인엽·박학규 등과 막판 검토
김 부회장은 올해 오스틴 증설과 경기도 평택 P3 라인 착공 등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굵직한 투자 결정에서 또 한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을 포함해 애리조나, 뉴욕 등에서 투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오스틴 증설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평택 3라인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터 파기를 시작해 골조 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사흘 만인 지난달 21일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한 만큼, 상당부분 검토를 진행한 이들 투자 계획은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TSMC가 작년 4분기 40% 가까운 점유율 격차를 벌리며 치고 나가는 상황도 김 부회장의 고민거리다. 단순 증설뿐 아니라 단번에 규모를 확장하는 인수합병도 김 부회장의 검토 목록에 올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진두지휘, 삼성디스플레이 퀀텀닷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것도 김 부회장의 과제로 꼽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투자는 전문경영인이 잘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대규모 투자 등 상황과 전략이 수시로 변하는데, 이를 원활히 진두지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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