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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데뷔한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측면을 활용한 빠른 공격 전환으로 득점을 노리는 ‘지배하는 축구’를 한국 축구대표팀에 이식했다.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 평가전(2-1 승)을 시작으로 2019 아시안컵 16강 바레인전(2-1 승)까지 11경기 동안 무패(7승 4무)를 이어갔다. 하지만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고비인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1로 무너지며, 대회도 탈락하고 연승 행진도 마침표를 찍었다.
벤투호의 지배하는 축구가 실패한 이유는 비효율적인 빌드업과 플레이메이커의 부재였다. 지난 7일 필리핀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시작으로 25일 8강 카타르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국은 한수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불필요한 좌우패스만 이어졌다. 한국은 5경기 동안 3341개의 패스를 했다. 4강에 진출한 일본(2462개)과 이란(2426개)에 비해 900개 이상 많은 수치다.
특히 한국의 중원을 담당했던 기성용(뉴캐슬)의 부재는 벤투호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는 중원에서 자신의 특기인 빠르고 송곳 같은 대각선 패스로 좌우 풀백 측면 돌파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기성용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전반에 오른쪽 햄스트링 근육에 통증을 느끼고 교체됐다. 이후 재활에 힘을 쏟았지만 부상이 완쾌되지 못해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했다. 기성용이 빠지자 벤투호의 공격 전개 속도는 현저하게 느려졌다. 상대진영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에게 패스가 가질 않았고 전진할 곳을 찾지 못해 의미 없는 좌우패스만 이어졌다.
기성용을 대신에 투입된 황인범(대전)은 창의적이긴 했지만 패스의 정확도에서는 아직 부족했다. 벤투 감독은 벤치에서 미드필더들에게 측면의 빈 곳으로 공격의 전환을 계속 요구했다. 그러나 실수를 연발했던 선수들은 가까운 선수에게만 패스해 볼을 지키는 데만 급급했고, 결국 백패스만 연발했다.
플레이메이커 이자 정신적 기둥이었던 기성용이 사실상 태극마크와 작별한 상황에서 대체자를 찾는 것이 벤투 감독의 지상 과제가 됐다. 3월에 A매치데이가 있고 9월부터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도 시작된다. 시간이 별로 없다.
한편 2019 아시안컵은 중동의 모래바람이 4강을 잠식했다. 4강은 카타르-UAE, 이란-일본 대결로 압축됐다. 유일하게 일본이 동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역대 아시안컵 7위가 최고성적인 카타르와 이번 대회 개최국 UAE는 우승후보 한국과 호주를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에서 만났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4골을 기록 중인 간판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의 결정력을 앞세워 아시안컵 역대 최다 우승국(4회) 일본과 대결한다.
중동권 국가에서 개최된 8차례의 아시안컵 가운데 중동팀이 우승하지 못한 것은 딱 두 번뿐이다. 일본이 2000년 레바논 대회와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각각 우승했고, 나머지 여섯 번은 모두 중동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중동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도 거센 모래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