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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윤일병’ 어떻게 막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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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8. 05. 13:40

정태용 전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 병사 편하게 군종·정훈장교 상담…문제 발생때 지휘책임 범위 제도적 확정
윤 일병 폭행사건 현장검증 사진 공개
육군 28사단 윤 모 일병을 집단 가혹·폭행 사망 사건을 주도했던 이 모 병장이 대답을 똑바로 안한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좌측 옆구리를 발로 5차례에 걸쳐 폭행하는 모습을 재연한 현장검증 사진을 육군이 지난 4일 공개했다. / 사진=육군
정태용 박사
정태용 전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
2005년 경기도 연천 530전방초소(GP) 총기난사 사건 이후 군은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해왔다. 대표적으로 저녁점호 폐지, 전문상담사 제도 도입, 동기생 생활관 운용, 사이버 지식정보방 설치 등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육군 22사단 임 모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또 뒤늦게 알려진 육군 28사단 윤 모 일병 사망 사건은 가해자들의 야만적 행위로 인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방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입대한 대한민국 청년들이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마련하는 대책은 군 안에 남아 있는 악습은 법과 제도의 개선만으로 뿌리 뽑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전제해야 한다. 서둘러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정밀한 심층분석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대책 수립 과정에는 사실상 민간이 주도해 군 안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당사자인 병사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야 한다.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인 고려사항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첫째, 어려움을 겪는 병사들이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다. 현재 민간인 전문상담사제도를 운용중이다. 하지만 상담사의 숫자는 육군 연대당 1.5명 수준이라고 한다. 심층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병사들이 자신의 애로사항을 터놓고 상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주로 일과시간에 근무를 빠지고 상담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휘관이나 상급자에게 사전보고를 해야 하는 여건이다. 병사들 간의 가혹 행위 등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병사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상담시도 자체가 모험인 셈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병사가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간부는 주로 군종장교와 정훈장교다.

이들 장교들이 정기적으로 예하부대를 찾아 병사들과 1:1 상담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병사들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병영 안의 가혹 행위와 구타는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고속도로에 설치된 속도 감시 카메라와 같은 이치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둘째, 병사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병력운용이다. 지난 7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 입항했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경우는 새내기 수병에게 조타를 맡긴다고 한다. 항모 건조비 5조원, 탑재 항공기 60여대, 승조원 6500명 규모의 떠다니는 군사기지의 조타를 신입 수병에 맡긴다고 한다.

항모 탑승 장교는 그 이유를 리더십 배양이라고 설명했다. 제독과 함장 등 고급 장교들과 같은 공간에서 조타를 담당하는 것만으로도 그 수병은 큰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한미연합사령부 국기 게양과 하강식에 예포를 발사하는 임무를 병사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 병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예포가 발사돼야만 국기 게양과 하강이 시작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때, 부당한 처사에 대해 즉각 자기보호 노력을 할 수 있다. 병사 개개인이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전우 간의 가혹 행위를 자제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제 발생 때에 지휘 책임의 범위를 제도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여론에 따라 지휘책임의 폭이 들쑥날쑥하게 되면 은폐를 시도하는 이유가 된다. 사건 성격에 따라 문책 범위를 정하고, 일정 기간 경과 후에는 진급심사 등에 징계결과를 적용하지 않는 등의 인사정책을 운용할 때 은폐와 축소 시도를 그나마 막을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간부들이 병사들을 자식 같이 대할 때 그리고 사안에 따라 민간의 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이번 윤 일병 사건과 같은 야만적 사건은 방지할 수 있다. 이번에 국방부가 꾸리겠다는 병영문화 혁신위원회의 구성에서부터 그런 인식을 갖고 해야 한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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