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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년 연장’ 대비하는 우리금융… 퇴직자 재고용 자회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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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 유수정 기자

승인 : 2025. 12. 21. 18:04

정부 정책 논의 맞춰 선제적 대응
인건비 절감·인력 적체 해소 포석
청년 신규 채용 위축 우려도 확산
우리금융지주가 은행 퇴직자들의 재고용을 전담하는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우리금융이 선제적으로 정부 기조에 발맞춰가는 모양새다.

우리금융 입장으로선 재고용 전담 자회사가 인력 적체 해소와 인건비 절감 등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일단은 긍정적이다. 특히 퇴직자들을 재고용하면 퇴직비용 및 판매관리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내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신입 행원 채용 규모는 늘리지 않는 대신, 퇴직자를 대상으로 업무에 투입한다는 우려 탓이다. 희망퇴직 확대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해오며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는데, 이번에는 퇴직 인력 재고용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8일 HR그룹 직속으로 '퇴직인력통합지원 ACT' TF를 신설했다. 해당 TF는 우리은행 직원들이 퇴직 이후 은행 및 계열사에 재취업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이번 신설 및 개편된 TF에선 퇴직인력의 재고용을 지원하는 전담 회사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희망퇴직 직원들은 물론 이미 퇴직한지 2~3년된 직원들까지도 재고용 지원 대상으로 거론된다.

재고용 전담 회사는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의 자본금을 지원받아 설립된 후, 계열사들에 퇴직 직원들을 투입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내부에선 해당 자회사의 CEO(최고경영자)로 최근 퇴직한 HR그룹 부행장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이같은 퇴직인력들의 재고용 전담 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로는 정부의 정년 연장 추진 정책이 손꼽힌다. 정년 연장 논의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경쟁력이 커지며 희망퇴직 신청자가 줄어드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 입장으로선 임금피크제보다 희망퇴직으로 고임금·고연령 직원들을 내보내는게 비용이나 인력 구조조정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우리금융도 이같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2021년 판매관리비는 3조 9670억원에서 2024년에는 4조 4670억원으로 3년간 5000억원이 늘었다. 올 3분기까지 판관비가 3조 6900억원을 기록했는데, 연말까지 더하면 4조원대를 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금융보다 5000억원 넘게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하나금융의 판관비가 더 적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은 올 3분기 판매관리비가 3조 3132억원으로 우리금융보다 3800억원 적다. 반면 순이익은 3조 4334억원으로 우리금융보다 5500억원 많다. 우리금융은 하나금융보다 순이익은 적지만 지출하는 인건비 등 판관비가 더 많은 셈이다.

우리은행의 퇴직급여도 상승 중이다. 올 3분기 기준 퇴직급여는 1226억원으로 작년 832억원보다 4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현재 임금피크제에 돌입했거나 이미 퇴직한 1969년생과 1970년생이 은행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과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인력이 입행했던 탓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신설한 '재채용 TF'에 이어 이번 '퇴직인력통합지원 ACT'TF를 마련해 인력 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재고용 전담 회사가 있다면 그간 희망퇴직을 꺼렸던 고연령·고임금 대상의 직원들도 손쉽게 내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내부에선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주에서 자본금을 투입해 재고용 회사를 설립한 후, 은행 등 계열사에 투입하겠다는 방안이다. 약 5000만원 수준의 임금만 주고도 베테랑 직원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단, 내부의 젊은 직원들은 상당 부분 이번 재고용 방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희망퇴직제도로 고임금·고연령 직원들을 내보낸 후 빈 자리에 신입 및 젊은 직원들의 고용을 늘려왔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 후 은행 등에 파견되는 방법 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해당 TF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서영 기자
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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